"올해 리사이클 섬유 브랜드 2종 출시…젊은 리더들 간 연계 중요"
국내서 발생 폐페트병만 사용 친환경 섬유 브랜드 2종 출시
머리카락 굵기 1/50 '에코스타' 패딩용 거위·오리털 대체 가능
"미국에 현지 생산공장 설립해 제2의 교두보 마련하는 게 목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친환경'은 이제 섬유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특히 버려진 페트(PET)병 등 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실로 뽑아내는 리사이클 섬유는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둔 건백은 40여 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단섬유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국내 리사이클 섬유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글로벌 강소기업과 경북 프라이드(PRIDE) 기업으로 선정된 만큼 지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박경택 건백 대표는 최근 100% 국내서 발생한 폐페트병만 사용한 친환경 섬유소재 브랜드인 '에코스타(ecostar)'와 '에코럭스(ECOLUXE)'를 함께 출시하며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번 새로운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다는 박 대표는 "지역의 젊은 섬유 기업인들이 서로 협력하며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단섬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화학섬유는 길이에 따라 장섬유와 단섬유로 나뉜다. 단섬유는 말 그대로 길이가 짧은 섬유로, 마치 목화솜 같은 형태를 띤다. 분쇄된 페트 조각을 열로 녹인 뒤 실을 뽑아내는 방법으로 만들며 주로 패딩이나 침구류 등의 충전재로 쓰인다. 자동차, 건축용 내장재‧흡음재 등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섬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건백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나?
건백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단섬유는 생산공정 측면에서 큰 강점이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페트병은 원료의 순도가 낮은 편이다. 때문에 실을 길고 가늘게 뽑아야만 하는 정밀한 공정의 장섬유 업체들은 리사이클 원료 수급을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직접 개발한 '고효율 여과공정'을 통해 국내산 폐페트병만으로 무리 없이 원사를 뽑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도 비교적 간단해 탄소배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시킬 수 있어 훨씬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올해 초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소재 브랜드 2개를 동시에 출시했는데.
에코스타와 에코럭스다. 둘 다 국내산 폐페트병만 재활용해서 만든 프리미엄 단섬유 제품으로 올해 초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였다. 에코스타는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 수준의 세섬이다. 거위털과 오리털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비건 패딩용 충전재나 고급 부직포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에코럭스는 공극률(입자 사이의 빈 공간의 비율)이 높은 소재로 흡음과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자동차, 건축 등 산업 분야에 특화된 제품이다.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은 없나?
국내산 폐페트병을 주원료로 쓰다 보니 아직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다만 친환경 산업의 전망이 밝아지면서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기업이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분야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머지않아 국내산 폐페트병에도 수급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너무 과열된다면 원재료 사재기 등의 투기도 발생할 우려도 있다. 친환경 산업의 본질이 훼손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정책적인 차원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지역의 젊은 섬유 기업인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올해 초 우연한 계기로 고분자 소재 전문업체인 클래비스의 신동수 대표와 영신타올의 김현진 부사장을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국내 최초로 친환경 기능성 타올을 함께 개발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다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는 열정이 커 기꺼이 승낙을 해줬다. 현재 친환경 기능성 타올은 거의 완성 단계다. 추후에도 지역의 다른 사업과 연계해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킬 방침이다.
-지역 섬유업계의 젊은 리더들이 점차 전면에 나서는 듯하다.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데.
섬유가 오랜 시간 사양산업 취급을 받아왔지만, 계속 신소재가 개발되고 신사업 영역이 발굴되는 등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분야다. 결국 혁신과 차별화만이 답이다. 젊은 경영인들의 패기 있는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축적된 노하우와 생산기반을 이어받은 2세 경영인들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섬유 스타트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나 역시 13년 전 회사를 물려받은 2세 경영인으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인들을 만나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건백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오는 9월 앞둔 '프리뷰 인 서울(PIS)' 박람회를 잘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우리 섬유를 이용한 의류, 침구류 등 시제품을 만들어 다양한 쓰임새와 기능성을 홍보할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리사이클 섬유 시장이 있는 미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해 제2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 건백을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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