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장사 안 할 겁니다." 지난해 10월 6일 대구 서구의 한 상가에 내걸린 '폐업 문구'다. 당시 매일신문 카메라가 클로즈업한 이 문구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의 힘든 심정을 대변했다.
자영업자 폐업은 올해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추세다. 델타 변이 등장과 함께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탓이다.
자영업자들은 3·4단계 거리두기 격상 과정에서 너도나도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강화된 영업 시간 및 집합 인원 제한 등 K방역 지침을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과 마포구 상암동 일대, 이제는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울분이 터졌다.
"코로나 1년 6개월간 정부는 '기다리라'는 말만 했고, K방역의 피해자는 늘 자영업자였다." "자영업자들은 빚더미와 눈물로 버티는데, 언제까지 자영업자들의 문을 닫고 코로나를 막겠다고 할 텐가."
PC방·카페·음식점 등 전국 22개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차량 시위를 통해 "K방역이 자영업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며 "국가의 시책에 희생해 왔는데 정당한 보상은커녕 당연하게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절규했다.
다음 날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윤석열은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K방역)의 효과는 모두가 고루 누리나, 그 대가를 치르는 이들은 따로 있다. 제 윤리적 직관은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말한다"고 썼다.
그는 "지금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줄 것인지 80%(88%)에게 줄 것인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겐 죽느냐 사느냐,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다. 이번 추경은 자영업자 손실 보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손실 보전은 '공정'하지 않았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정치화'에 정작 K방역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한 손실보상법에는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소급 적용 조항이 빠졌다. 법 통과 이전 과거 손실에 대한 보상이 막혔다.
정부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달 17일부터 40만~2천만 원을 지급하는 희망회복자금 역시 불공정 시비를 낳고 있다.
문제는 지급 기준이다. 최대 2천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이라곤 연 매출 4억 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대형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에 불과하다. 매출 8천만 원 이하의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 40만 원밖에 받을 수 없다.
SNS 등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99%가 100만 원 언저리를 쥐는 게 고작"이라며 '매출'이 아니라 '손실'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회성 현금 지원으로 불공정 논란을 자초하는 사이 선진국들은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 비용을 줄이는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일례로 캐나다는 긴급 임대료 보조금을 통해 수익 감소 폭에 따라 최고 65%까지 지원한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극찬했던 K방역은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특히 자영업자들의 희생 위에 쌓은 성(城)이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K방역은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당시 평등과 공정, 정의의 슬로건이 또 하나의 위선(僞善)으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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