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사드 굴레 이젠 국가가 가져가라

입력 2021-08-16 18:12:07 수정 2021-08-17 18:42:48

이영욱 기자

이영욱 기자
이영욱 기자

17일 오전 7시 경북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로 통하는 길을 막고 연좌 농성을 하던 사드 반대 측과 경찰이 충돌했다.

사드 반대 측은 서로 팔짱을 끼고 경찰 해산에 맞섰고, 경찰은 작전이 개시되자 이들을 전격 해산시켰다. 불과 20여 분 만에 시위대는 해산됐고, 차량은 기지로 들어갔다. 올해 들어 31번째다.

국방부의 사드 기지 공사 차량 등 반입 작전이 잦아지고 과감해졌다. 지난 5월 14일부터 주 2회 작전이 펼쳐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전까지 이런 예는 없었다.

국방부의 변화는 작전 실행 통보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최근 진행되는 작전은 전날 오후 8시쯤 반대 측에 통보된다. 며칠 전부터 국방부 관계자가 찾아가 작전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과 동의를 구하던 이전과는 판이하다.

사드 반대 시위대에 대한 경찰 해산 작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경찰은 정해진 룰을 따르고는 있지만 한층 과감해졌다. 달래고 설득하는 시간이 예전보다는 눈에 띄게 짧아졌다. 이런 변화가 경찰 자체 판단으로만 이뤄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국방부의 의견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시급성, 시의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금 기지 내에서 생활하는 한·미 장병의 생활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개조해 장병 숙소로 사용하다 보니 화장실과 잠자리 등 생활시설 용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더 이상 과부하를 견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공사가 많이 지연된 일정들을 고려해 (작전을) 진행하는 상황"이란 국방부 설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드에 대한 인식 변화 공감대도 국방부로 하여금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소성리에선 사드 반대 외침이 강하지만 그 울림은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작전 때마다 모이는 시위대 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앞서 성주를 방문한 박재민 국방부 차관도 "(사드 반대 측을 설득할) 뾰족한 수는 없지 않느냐. 지금까지 4, 5년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했는데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지원이라든지 협의라든지 이런 노력들을 통해 뭔가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혀 국방부의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현 상황에 대해 사드 철회 소성리종합상황실은 "매번 마을로 물밀듯이 들어오는 경찰차와 경찰 병력은 볼 때마다 공포스럽고, 소성리에 대한 대규모 인권침해 상황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으나 경찰도 국방부도 아랑곳없다"면서도 "국민이 삶의 극단에 몰려 있어도 어느 한 국가단체도 지켜주지 않는 상황에 절망스럽지만 절대 포기하거나, 공권력을 동원한 국가 폭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성주에 사드가 첫 배치된 것은 2017년 4월로 만 4년이 훌쩍 지났다. 이로 인해 성주군 민심은 돌이킬 수 없는 골이 파였고, 갈등과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사드 반대 측도, 다른 쪽도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성주군은 정부와 군민 양쪽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한다.

사드는 성주군이나 성주 군민이 원해서 배치된 것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책임과 의무 또한 분명히 국가에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이젠 성주군과 성주 군민에게 씌워진 사드 굴레를 국가가 져야 한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게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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