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뉴로 칩(Neuro Chip) 시대! 뇌지도가 필요하다.

입력 2021-08-13 14:08:16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충치 등으로 인해 자연 치아를 대체하는 임플란트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이제는 뇌에도 치아 임플란트와 같은 인공물을 심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로 칩(Neuro chip)은 뇌연구 분야 중 뇌공학(brain Tech), 쉽게 말해 우리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의 한 분야다. BCI는 통상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거나 작동하게 하는 기술로 알려졌으나, 뉴로 칩은 치아 임플란트와 마찬가지로 뇌에 직접적인 전기적 자극이나 칩을 심어 질환을 치료하고 기억력 회복 등 뇌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20세기 미국에서 전신마비 환자 뇌에 전기 자극을 줘 생각하는 단어를 읽어내는(Brain reading) 실험에 성공한 이후, 세계 각국의 뇌 연구소에서 활발하게 뉴로 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2017년 페이스북에서도 생각하는 대로 단어를 입력할 수 있는 장치(Brain typing)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대표적인 대중화 사례로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에서 선보인 원숭이 페이저(Pager)가 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실험 영상에는 뇌에 칩을 심은 페이저가 생각만으로 핑퐁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에서 실험 성공은 인간의 뇌에도 칩을 심어 이를 실용화, 상용화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앞선 여러 실험과 성공 사례들은 우리 뇌의 일부이자 아주 작은 한 기능에 국한된 것으로 뇌 전반에 적용키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인간의 뇌는 결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뇌에는 약 870억개의 뇌세포(뉴런)가 있으며 각 뉴런은 100조개 이상의 신경 연결망(시냅스)을 가진다. 산술적 계산으로도 천문학적 숫자가 나오는 이런 뇌신경 연결망 구조를 분석해 이해하고 또 이를 공학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기술 수준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뇌 전체 구조와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을 치료하면서 앞서 말씀드린 뇌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바로 우리 뇌의 내비게이션, 뇌지도(Brain Mapping) 구축이다.

우리는 여행을 할 때 과거 지도책을 가지고 다녔으며 지금은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다니면서 길을 찾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를 연구하기 위해선 뇌의 구조를 알아야만 다양한 연구와 응용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 뇌신경과학분석기술 수준을 100%로 볼 때,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약 7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짧은 뇌과학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가 이만한 수준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1998년 국가 차원에서 뇌연구 진흥을 위해 제정한 '뇌연구 촉진법'과 2003년부터 약 10년간 국내 뇌과학 발전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연구성과가 마중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뇌연구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미지의 영역인 뇌는 특정 한 국가가 독점해 연구할 수 없는,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인 연구분야다.

그래서 2016년 UN 회의에서 국제 공조를 통한 뇌연구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이에 따라 2017년 12월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호주, 이스라엘, 한국 등 7개국과 미국 카블리재단, 미국 국립보건원(NIH), 미국과학재단(NSF), HBP, IBRO, INCF 등 6개 국제 민간기구가 참여해 국제뇌과학협의체(IBI, International Brain Initiative)를 구성하고, 뇌과학 국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캔버라 선언'을 했다.

이는 세계 각 국가가 가진 뇌연구 강점을 공유하고, 뇌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뇌지도 구축, 뇌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신경 윤리와 같은 융합학문 분야에서도 활발한 협력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속적으로 뇌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뇌과학 발전전략(2016년), 뇌연구촉진기본계획(2018년)을 비롯해 올해 4월에는 '뇌연구개발 투자전략'을 수립하며 국내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 병원과 협력해 뇌 지도 구축, 고등 뇌기능 연구를 다양한 핵심기술 개발 투자강화, 뇌연구 산업 생태계 조성 등 전략적 투자를 강화할 것을 밝혔다.

이제 세계 각국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해 우리 뇌의 작동원리와 구조를 밝혀 치매 없는 세상, 뇌가 건강한 세상이 빨리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뇌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계속 이어진다면, 뇌질환 치료와 뇌 기능 활용을 넘어 SF 영화 매트릭스처럼 책으로 공부할 필요 없이 뇌에 칩을 이식하여 지식과 정보를 다운로드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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