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맛? 천상의 맛!"…유통업계는 지금 '민초의 난' 진행 중

입력 2021-08-12 15:16:48 수정 2021-08-12 20:09:49

민트초코 인기에 다양한 민트초코 식품 등장, 대구 이마트 민트초코 식품 매출 11배 ↑
'민초단' 사상검증(?)에 연예인들도 인증… 대권 주자 윤석열도 "민초 아이스크림 먹방"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상을 올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지난달 19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최근 MZ세대 대세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다양한
지난달 19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최근 MZ세대 대세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다양한 '민트초코 스낵'을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는 열흘 동안 오리온, 롯데제과 등의 민트초코 스낵류 신상품 8종을 행사카드로 2개 이상 구매 시 20% 할인 판매하는 '민트초코 모음전'을 열었다. 이마트 제공

"혹시 '민초단'(민트초코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신가요? 반민초단이라구요? 인정할 수 없습니다!"

'호불호'의 상징이던 민트초코가 최근 MZ세대 성원에 힘입어 식품업계의 실험적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마니아층이 좋아하던 민트초코는 올해 들어 '민초단'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신흥 대세로 떠올랐다.

◆'호불호' 아이콘에서 대세로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민트초코는 민트(박하)향 초콜릿으로, 민트 특유의 시원하고 '화~'한 맛과 초콜릿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식재료다. 민트와 초코의 배합 비율에 따라서는 약간의 민트향만 나는 초콜릿 맛을 내기도, 단 맛보다 시원한 맛이 더 두드러지기도 한다.

16세기쯤 유럽에서 당초 약처럼 섭취하던 초콜릿(카카오)을 먹기 좋게끔 민트와 섞어 먹은 것이 시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탕을 넣어 만든 오늘날의 초콜릿 형태가 나온 뒤 18세기 무렵부터 시중의 카페에서 초콜릿과 민트를 섞은 음료를 팔았고, 20세기 초반 북미를 중심으로 배스킨라빈스나 음식점들이 민트와 초콜릿을 섞은 디저트를 곳곳에서 판매했다.

민트초코는 특유의 맛과 향 탓에 오랜 기간 하와이안 피자(피자에 파인애플을 넣은 것)나 탕수육 찍먹·부먹 논쟁과 더불어 '호불호'의 아이콘이었다.

미국 등지에서도 민트초코에 대한 '불호' 의견이 없지는 않으나, 유독 국내에선 '먹지 않는 사람은 입에도 안 대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반민초단'에 해당하는 이들은 음식에서 치약 맛이 난다며 "민트초코를 먹을 바에 치약을 먹겠다"고 할 정도다.

이런 민트초코가 올해 급부상한 것은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MZ세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민트초코'를 설파하면서다.

이들은 '남들이 잘 먹지 않는 민트초코를 나는 즐긴다'는 특이성을 앞세우면서 민트초코 식품을 먹는 모습을 SNS 등에 인증하고, 민트초코에 관심 없는 이들마저 '민초단'으로 끌어들이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민초단이 강조하는 민트초코의 매력은 '달콤하게 시작해 깔끔하고 상쾌하게 끝나는 맛'이다. 민트는 처음엔 상쾌하지만 나중엔 부담스러운 향이 남고, 초콜릿의 달콤함은 맛이 강할 수록 씁쓸하고 텁텁한데 두 맛의 배합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준다는 것이다.

'민트초코'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민초단은 일종의 '사상검증'을 통해 또 다른 민초단 찾아내기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상대가 민트초코를 좋아한다면 "너는 맛을 아는 사람"이라며 추켜세우고, 싫어한다면 "어떻게 그 맛을 모르고 살 수 있느냐"며 너스레 떠는 식이다.

유명인들도 이런 놀이를 따라 즐긴다. 스스로 '민초단' 여부를 밝히면서다. 민초단으로 알려진 연예인에는 아이유와 유재석, 태연, 강다니엘, 장원영, 브레이브걸스(은지·유정·민영·유나) 등이 있다.

대권 주자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먹방 영상을 게시하고서 해시태그로 '#민초단 #민초단 모여라'라고 썼다. 대선을 앞두고 젊은 세대와 친밀감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오리온·롯데제과, 기존 초콜릿 '민초'로 대체하기도

이런 유행에 식품업계도 '민초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오리온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달 초콜릿이 들어가는 기존 인기 제품 초코파이정(情)과 초코송이, 다이제씬, 다이제볼에 민트를 넣어 여름 한정판 '오리온 민초단' 4종을 출시했다.

오리온은 지난 2019년 한 차례 SNS 가상 마케팅을 벌이며 민트초코맛 초코송이, 촉촉한 민트초코칩 등 이미지 합성 제품을 자사 SNS에 게시한 바 있다. 해당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약 100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다. 이에 착안해 올해 실제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 수년 간 꾸준히 민트초코맛 과자를 만들어 달라고 성원을 보내와 올해 민초단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며 "오리온 민초단 한정판은 맛은 물론, 재미와 디자인 등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자사 초콜릿 함유 제품을 민트초코로 대체해 내놓은
오리온이 자사 초콜릿 함유 제품을 민트초코로 대체해 내놓은 '오리온 민초단' 제품. 오리온

롯데제과도 '롯샌 민트초코'를 여름 시즌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지난 2013년 '롯데샌드 락'이라는 민트초코맛 비스킷을 처음 내놨지만 당시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 '롯샌 민트초코'는 롯데샌드 락보다 민트 함량을 4.6배 늘리고 민트크림 도포량을 10% 올리는 등 민트맛을 대폭 강화했다. 비스킷 과자 부분에 준초콜릿 성분을 1.8% 포함해 더 진한 초콜릿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 파리바게뜨도 최근 민초단을 겨냥해 '민트초코' 음료를 각각 내놨다. 상쾌한 민트에 달콤한 초코칩을 함께 블렌딩한 음료로, 민트향 아이스 음료를 마시는 중간에 씹히는 초코칩 식감이 매력이다.

소주마저도 민초맛이 나왔다. 주류업체 ㈜무학은 지난달 10일 '좋은데이 민트초코'를 편의점 전용 상품으로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 12.5%로, 달콤한 초코맛과 상큼한 민트맛이 특징이다. 상상치 못한 컬래버레이션에 '민초단'을 중심으로 SNS 상에서 시음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민트초코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강한 제품이다. 아직은 비주류에 가까우나, 앞으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주류로 만들겠다"고 했다.

◆대구 이마트, '민초' 매출 1년 새 11배 ↑

민트초코 관련 제품 인기는 유통가 매출마저 견인하고 있다.

이마트는 '민초단'의 지갑을 열고자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 동안 '민트초코 스낵' 기획전을 열었다. 오리온과 롯데제과 등의 민트초코 관련 제과류 8종을 행사 카드로 구매 시 20% 할인가에 판매한 것이다.

당시 행사에 관심 가진 '민초단'이 줄을 이으면서 민트초코 관련 제품 매출이 급상승했다.

대구지역 이마트에 따르면 대구 점포에서 판매하는 민트초코 관련 제품은 지난해 10종 미만에서 이날 기준 36종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민트초코 관련 제품 매출을 봐도 전년 동기 대비 1천64%나 신장해 11배 수준으로 뛰었다. 특히 관련 행사를 열었던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매출 신장률을 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민트초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천60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제품별로 보면 커피·차 품목에서는 '카누 민트초코 라떼'가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또 과자류에서는 '오리온 초코파이 민트초코'와 '해태 오예스 민트초코', '오리온 다이제씬 민트초코칩'이 잘 팔렸다. 수입 견과류 가운데는 '민트초코 아몬드'가 인기몰이를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여름철은 일종의 제과류 비수기다. 이런 가운데 때마침 MZ세대 관심이 큰 민트초코 식품 인기가 오르니 손님을 끌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제과업계와 유통업계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를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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