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불과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대선 후보 선출에 열을 올리고 있고 국민 관심도 대선 후보 향방에 쏠리고 있다.
대선 후보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본인 경쟁력을 내세우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질 만큼 상대 흠집을 잡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만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 후보는 너나없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누가 더 현 정권을 잘 심판할 수 있을 건지, 여당 후보는 '누가 더 흠집이 많은 후보'인지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정작 한국 미래를 위한 진지한 토론과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한국이 처한 위기 상황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도 문제고 고질적인 청년 실업난과 대북 문제,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도 주요 현안이다. 물론 원전 재가동 문제도 빠질 수 없는 과제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생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가 고작 27만 명이고 올해는 더 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합계 출산율이 0.8%대로 전 세계에서 0%대의 출산율을 가진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국의 신생아는 1960, 70년대 100만 명을 찍은 뒤 급격하게 감소해 이제 20만 명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특히 대구나 부산 등 오랜 대도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가뜩이나 신생아가 적은 상황에서 20, 30대 중 상당수가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탓이다.
인구적 측면에서 보면 대구는 외과적 수술로도 치료가 쉽지 않은 '중증 암환자'와 비슷하다. 지난 5년간 대구를 빠져나간 인구는 7만5천여 명이고 이 중 20, 30대가 50%를 넘는다. 하지만 신생아는 급감하고 있다. 2019년 1만3천 명에서 지난해에만 2천 명이 줄었고 올 들어 5월까지 태어난 신생아는 4천600여 명에 그쳐 1만 명 붕괴 직전에 직면했다.
젊은이가 없으니 혼인 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8천300건으로 2019년보다 15%가 줄었고 올 1분기는 1천950건에 그치고 있다.
저출생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은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초중고 폐교가 대도시에서도 조만간 보편화될 전망이다. 지방 대학 붕괴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젊은이가 줄어든 사회는 경제적 측면에서 더욱 우울하다. 외식과 패션, 자동차, 부동산 시장 모두 소비 감소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구조조정을 겪어야 한다.
여기다 대구경북은 더욱 암담한 지표가 있다. 1980년대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진단이 등장한 이후 남녀 성비 균형이 심각할 정도로 깨졌고, 특히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남녀 불균형이 가장 심한 곳이었다. 1990년대 출생자의 경우 대구와 경북의 신생아 남녀 성비가 130에 이른다. 남자 130명에 여자가 100명뿐이다. 이들이 현재 결혼 적령기인 30대로 진입했고 대구경북은 상대적으로 가임기 여성이 가장 적은 지역이 됐다.
젊은이가 사라진 일본의 '노인 도시' 예를 들지 않더라도 10년, 20년 뒤 대구경북의 모습이 우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볼 때 인구 문제는 단기 처방이 절대 불가능하다. 예견된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만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내년 대선에서는 소모적 정치 논쟁보다 미래에 대한 위기 진단과 처방이 주요 화두로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