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귤은 매체를 다루는 폭이나 이념의 표현에서 매우 개성적인 작가다. 그녀의 개인전 'Andante'전이 10일부터 갤러리 제이원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 2층 모든 전시공간엔 라인테이프로 선 드로잉이 돼 있다. 천장과 벽, 바닥에 4명이 꼬박 일주일 정도 작업한 설치물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공간과 공기를 감싸 안고 관람자가 선으로 표현되어진 공기의 표면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선으로 상황과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 전시에서 오직 점, 선, 면으로 삶의 내면구조의 단초를 형상화해 보여주고 있다. 조형에서 점이 최소의 단위라면 선은 그 연장선이며 선의 연장선이 모여 면이 되니, 점은 그야말로 최대치의 우주공간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손귤의 작품은 거대한 인드라망(끊임없이 서로 연결돼 온 세상으로 퍼지는 법의 세계를 뜻하는 불교 용어)에 걸린 삶의 상황을 암시하는 상호인연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모든 게 점점 코드화나 암호화 돼가는 세상에서 작가의 선 드로잉과 천으로 만든 선면 부조 오브제는 약간의 시대적, 철학적 독해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갤러리 1층. 한복 원단을 잘라 10여겹으로 겹쳐 붙이고 말려서 10~20cm 두께로 만든 후 이를 합판과 캔버스에 부착한 작품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선 드로잉이 물리적인 기하학의 도상이 아니듯 다양한 천 오브제 작업도 아우라를 품고 있다. 도형 대신 천을 잘라 주름선을 만들고 때로는 아크릴 물감으로 포인트를 준 부조작품은 선면들의 집적과 시간의 축적을 통해 삶의 갈피와 보편적 삶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오방색의 한복 원단 색감들은 눈에 익은 색감이면서도 깊이감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조형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그녀가 암시하는 삶에 대한 사유의 편린들을 읽어낼 수 있다면 소중한 예술체험이 될 것이다. 전시는 21일(토)까지.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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