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죄' 활동가들 받은 北지령문 보니…"중도층 쟁취" "다음 대선 재집권 목표"

입력 2021-08-09 19:22:33 수정 2021-08-09 19:42:47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지령을 받고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소속 활동가를 통해 북한 측이 국내 여론을 조작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충북 지역 활동가 4명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북한은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에게 여러 해에 걸쳐 구체적인 활동 지령을 내렸고, 이들은 활동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북측에 보고했다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북측은 2019년 1월 '(한미) 합동군사연습 완전 중지', '전쟁 장비 반입 금지', '대북 제재 철회' 등 구호를 정해 연초부터 반미·반보수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라고 이들에게 지시했다.

같은해 8월 지령문에서는 "지역 운동권이 정의당 세력에 장악된 현실을 인정하고 민중당을 중심으로 진보운동 세력을 재편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두 달 뒤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인해 동요하는 중도층을 쟁취하라'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여성 천시당, 태생적인 색광당, 천하의 저질당으로 각인시켜 여성들의 혐오감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다.

또 "중도층이 문재인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각종 통일 행사에 중도층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며 "중도층을 쟁취하기 위한 사업을 민중당의 대중적 지반을 확대하는 사업과 밀접히 결부해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북측이 같은 해 11월 '반보수 투쟁의 단계별 목표와 활동 방향'에서 "다음 대선의 목표는 촛불 항쟁으로 쟁취한 진보민주개혁 세력의 재집권"이라고 하달하자 피의자들은 "보수 재집권 기도를 분쇄하고 반보수 투쟁을 내밀기 위한 사법적폐청산·검찰개혁시민연대를 1월 중순까지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올해 4월 26일 국내 진보 정당·단체 동향을 보고했고, 5월 6일 북측으로부터 '진보당을 대중 정당으로 강화·발전시키는 문제는 변혁 운동의 견지에서 대해야 한다'는 지령을 받았다.

피의자들의 대북 접촉은 올해 5월 국정원과 경찰이 압수수색 진행되기 직전까지 이뤄졌다.

국정원과 경찰청은 이들에게 국가보안법 4조(목적수행), 7조(찬양·고무), 8조(회합·통신), 9조(편의제공)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 이중 3명을 지난 2일 구속했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들로부터 2만 달러의 활동자금을 받아 '자주통일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해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국가보안법 4조는 흔히 '간첩죄'로 불리는 조항으로 반국가 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되며, 이들의 혐의 중 처벌 수위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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