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백중(百重)은 음력 칠월보름날로,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 우란분재(盂蘭盆齋)라 하여 모든 절기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옛 조상 선조들이 중원이나 백종의 이름으로 모든 농민이 일손을 놓고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세시풍속이었는데 신라, 고려 때의 우란분절이라는 불교의식과 한데 섞여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전해내려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우란분재는 '우란분절'이라고도 하며 우란분은 '울람바나'(ullambana)의 음력이며 도현(倒縣), 즉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뜻이며, 분(盆)은 '구제한다'나 '여의게 한다'는 뜻이다. 죽은 사람이 사후에 지옥 같은 악도에 떨어져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구제하기 위해 제사의식으로 삼보께 공양하는 불교의식이다.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한 분인 목련존자의 어머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목련경'에 따르면 목련존자의 출가 전 이름은 나복이었는데, 아버지가 장자로서 부자로 살다가 죽기 전에 유언하기를 재산을 3등분하여 부인과 아들, 그리고 한 부분은 500명의 스님들을 모셔다가 오백승재(스님들께 공양 올리는 것)를 올려서 복을 지으라고 하고는 이별을 했다. 나복이 그 재산을 가지고 이웃나라에 상업을 하러간 사이 어머니 청제부인은 스님들을 공양하기는커녕 그때부터 동물들을 살생하고, 나쁜 짓을 일삼고 해서, 나복이 3년 만에 돌아오니 동네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하면서 "동네사람들이 나를 모함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데 만약 내가 그런 짓을 했다면 7일안에 죽을 것이고 죽어서는 흑암지옥에 빠질 것이다"라고 변명했다.
나복은 어머니를 믿었지만 자기가 지은 과보는 벗어날 수 없어 7일 만에 갑자기 죽게 되었다. 그 후 나복은 무상하여 출가를 결심하게 되는데 그 이름이 목련존자이다. 출가를 하여 신통제일을 얻고 부모를 제도하려고 보니 부친은 천상락을 얻어 편안하게 계신데 비해 모친 청제부인은 찾을 수가 없었다. 불이 활활 타는 아비지옥과 흑암지옥에 갔더니 그곳에 있으면서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목련존자는 부처님께 제도해주시기를 간청했더니 "대승경전을 읽어주라"고 했다. 대승경전을 읽어주니 바로 사람 몸으로는 태어나지 못하고 아귀도에 떨어졌다. 아귀도에서는 "49개의 등으로 등불을 켜고, 산목숨을 놓아 주어라"고 해서 그 결과로 암캐로 태어났다. 암캐가 사람으로 제도되기에는 "7월 15일 스님들의 하안거 여름 해제 날 공양을 올리면 그 업보가 소멸되어 제도될 것이다"라고 했다.
스님들이 참선을 음력 10월 15일부터 1월 15일까지를 '동안거'라 하고,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를 '하안거'라고 하는데 산문 밖을 나오지 않고 3달 동안 정진을 하고 수행 중에 일어난 일들을 보고, 듣고, 의심한 일들(見,聞,疑) 중에서 자기가 범한 과오를 대중 앞에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을 자자(自恣)라고 한다. 백중날 해제와 동시에 참회, 자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왜 이때 대중공양을 하면 제도된다고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악업을 짓고 악도에 떨어진 중생은 진실로 참회하지 않으면 구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행하는 사람은 자기의 본심으로 돌아가는 아주 거룩한 일이므로 이날 참회하는 수행승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일은 자비 참법 공덕이 된다. 그래서 살아 있는 중생뿐만 아니라 아귀 등 악도에 떨어져서 거꾸로 매달리는 괴로움을 받고 있는 망자를 위하여 공양을 올려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목련의 어머니를 통해 우리는 세 가지의 교훈을 얻게 된다. 첫째 자작자수(自作自受),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본인이 지은 과보와 거짓말의 결과에 따라 그대로 인과응보를 받은 예이다. 둘째 잘못했을 때는 진정 자신의 마음자리에서 진참회가 있어야 결코 업의 결과도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셋째, 불교의 효는 육신봉양의 효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마음을 바꾸어 정신적 안락을 해드리는 것이 더 중요한 효가 되는 것이다.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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