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김희아 씨 할머니 故 강금구 씨

입력 2021-08-08 14:41:07 수정 2021-08-19 10:05:56

김희아(가운데) 씨와 남동생이 할머니 강금구(오른쪽) 씨와 함께 꽃놀이를 하며 찍은 사진. 가족제공.
김희아(가운데) 씨와 남동생이 할머니 강금구(오른쪽) 씨와 함께 꽃놀이를 하며 찍은 사진. 가족제공.

할머니 안녕? 하늘나라는 평온하시나요? 이제 안 아프시죠?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하늘나라는 더 더울까 봐 걱정이 되네요.

할머니가 떠나신 지도 벌써 10년도 넘었어요. 할머니 임종 지켜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도 넘게 되다니 세월이 참 빠르네요. 나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학교 졸업하고, 직장도 다녀보고,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았어요. 아들을 볼 때면 '할머니가 살아계신다면 참 이뻐했을 텐데…' 라고 생각이 들어 마음이 쓸쓸해져요.

예전에 할머니한테 처음으로 버스 타는 법을 배운 게 생각이 나요.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해서 같이 학교 가는 버스를 타는 법을 알려주셨죠. 할머니가 혼자 가보라 했지만 내가 잘못갈까봐 뒤따라 오신것도 알고 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고 키워주셨는데 나는 참 철없게 굴기만 했어요.

장사를 하시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운동회날에 오신것도 생각나요. 철없던 시절 할머니가 학교에 오는게 싫었다. 준비물을 놓고가거나 행사가 생겨 부모님이 오셔야 할때 할머니가 오셨는데 그게 어린나이에 창피했었어요. 당시 왜 그렇게 그게 창피했는지... 참 마음이 아프다.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 손잡고 길을 걷는게 흔한 풍경인데... 길을 걷다 마주치면 할머니 생각이 더 깊어진다.

임종 전날 까지도 내 끼니를 걱정하던 할머니였는데, 나는 할머니 왜 또 밥 달라고 하냐고 한 게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되었네요. 그렇게 마지막 날까지 돈 벌어서 용돈 한번 드려보기는커녕, 할머니의 가슴에 상처만 준 나 자신이 너무 싫어져요.

할머니 어쩌다 보니 내가 가족들보다 먼저 아파서 암에 걸리고 말았네요. 암에 걸리고 나서 할머니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할머니도 나처럼 많이 아프고 힘드셨겠구나, 외로웠겠구나 하루하루가 불안했겠구나! 절망적이었겠구나. 아무도 알리지는 않았지만, 본인은 이미 돌아가실 것을 알고 계셨구나, 그래서 잘 걷지도 못하시면서도 엄마보고 신발을 사 오라 했구나. 그 모든 것이 준비였던 거란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때의 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내 마음도 울어요.

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강금구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강금구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요. 요즘은 의술이 많이 발달해서 할머니가 지금 아팠으면 그래도 10년은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옛날 시대에 태어난 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요. 아마 나는 의술이 많이 발달해서 조금 오래 살 거 같아요. 그래도 할머니한테는 가족들 중에 내가 먼저 갈지도 모를 거 같아요 사람이 언제 갈지는 하늘만이 알고 아무도 모른다고 하잖아요.

미리 알면 너무 슬플거 같아요. 우리는 언제 죽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 소중히 살아야 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가족들 곁에 좀 오랫동안 머물려고요.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있다가 나도 다 키워놓고 가고 싶어요. 그래도 아프고 나서 더 가족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요즘 참 행복하다고 느껴요, 하루하루가 선물 같아요. 나도 언젠가는 할머니 계신 곳에 가게 되겠죠... 그때 웃으면서 만나요. 그때까지 하늘에서 아빠랑 엄마, 희섭이, 나 우리가족 모두 보호해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항상 사랑했고 지금도 너무 사랑하고 항상 그리워요. 사진을 보니까 할머니가 꽃 같아 보여요 나도 꽃이 되고 싶어요. 할머니 나중에 하늘에서 만나는 그날까지 평온하게 내려다보고 계세요. 사랑해요 할머니.

그리움을 담아 손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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