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 <31>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 주는 달콤함

입력 2021-08-09 11:33:42

아직도 더위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한여름'이다. 이렇게 더울 때면, 뜨거운 태양의 힘이 다소 약해지는 밤이 기다려진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잠시 끄고, 낮보다는 선선해진 공기의 움직임을 느껴보며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 바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의 희곡 작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멘델스존은 17세 때인 1826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매료돼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작곡했고, 그로부터 17년 후인 1843년 프러시아의 빌헬름 왕으로부터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이 공연될 때 함께 연주할 극음악을 작곡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에 썼던 곡에 새로운 곡을 추가해 12곡에 이르는 극음악을 완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동화적 환상으로 가득 찬 '한여름 밤의 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서곡'을 포함해 총 13곡으로 구성돼 있다. 곡마다 형태도 다양해 오케스트라만으로 연주되는 기악곡도 있고, 목소리가 더해지는 성악곡도 있다. 그 가운데 '서곡'과 '스케르초', '간주곡', '녹턴', '결혼 행진곡', '춤곡', '피날레' 등이 많이 연주되고 있다.

서곡의 시작은 두 대의 플루트로 시작된다. 플루트의 맑은 음색이 청아하게 울려퍼진 후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마치 숲속에서 요정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스케르초는 발랄한 리듬과 가벼운 선율이 특징이다. 요정 퍽의 가볍고 익살스러운 몸놀림이 연상된다. 간주곡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숲 속에서 연인을 찾아다니는 헤르미아의 모습을 그렸고, 후반부는 바순이 경쾌한 리듬을 이끌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녹턴에서는 호른의 선율이 곡을 우아하게 이끄는데, 알 수 없는 상태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트럼펫 연주로 시작되는 결혼행진곡에는 축복과 사랑이 담겨 있다. 듣자마자 '아, 이 곡!'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즐거운 곡이다.

춤곡에서는 서곡의 멜로디가 다시 등장하며 발랄함을 상기시킨다. 브릿지 형식으로 음악이 짧게 흐른다. 마지막 피날레는 합창곡으로 '한여름 밤의 꿈'의 결이 곱게 표현된다. 서곡의 시작을 알렸던 목관의 화음이 다시 나오면서 멘델스존의 극음악은 마무리된다.

더운 여름 밤,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이 곡을 들으면 시원한 숲속을 걷는 듯한 좋은 기분과 함께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다. 가성비 좋은 최상의 피서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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