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메타버스의 습격

입력 2021-08-09 06:30:00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요즘 시대의 변화 흐름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고, 새로운 플랫폼과 용어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 메타버스는 최근 가장 화젯거리인 키워드이다. 나는 두어 달 전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이후 하루가 멀다고 매일 듣고, 검색하고, 알아보고 있다. 나름 트렌드를 잘 쫓아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오산이었다. 용어도 생소했고, 체감도 되지 않았다. 메타버스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이다. 현실 세계와 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 언급하며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현실에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아바타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사회의 확장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30~40대는 이미 메타버스 세상을 경험한 바 있다. 1990년대 후반 채팅 사이트인 '세이클럽'과 2000년대 초반 대표적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싸이월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나를 표현할 캐릭터를 꾸미고 미니홈피를 만들었다. 모두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제페토'가 있다. 최근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 가상 팬 사인회에는 4천600만 명이 참여했고, BTS는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리고 르네상스시대를 테마로 한 가상 미술관을 열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전시했다. 게임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메타버스에 문화예술을 비롯한 모든 산업군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뒤 현장 공연을 고수해오던 클래식계에도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공연예술은 행위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양방향 소통의 장으로 라이브와 현장성이라는 특성이 있기에 온라인 공연 및 스트리밍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온 터였다.

국내 한 통신사는 5G 기반의 멀티뷰, 멀티오디오 기술을 활용해 클래식 공연을 선보였다. 40대의 마이크, 11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제작된 장면을 시청자가 선택한 앵글과 소리로 감상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와 신기술이 적용된 문화예술을 가상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제페토 플랫폼 내 공연장이 만들어지는 등 메타버스를 통한 문화예술 체험은 실제 관람만큼의 만족도를 채워주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통한 공간의 확장은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예술교육을 쉽게 할 수 있게 한다. 앞으로 메타버스 등 신기술은 문화예술의 관심도를 확장해 많은 애호가를 만들어내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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