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통일부에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이 북한에 저작권료로 보낸 돈의 송금 경로와 북측 수령인을 밝히라고 요청했으나 통일부는 '국익'과 '법인(경문협)의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거부했다. 경문협은 북한 TV 영상 등을 우리나라 방송사 등이 사용할 때 저작권료를 걷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7억9천만 원을 북한에 송금했다. 대북 제재로 2009년부터 송금이 막히자 매년 쌓인 북한 저작권료 약 23억 원을 보관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북한의 포로가 돼 강제 노역을 했던 국군포로 측은 경문협이 보관 중인 23억 원에서 4천2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이에 경문협 측은 '저작권료는 북한 정부의 돈이 아니고 북한 방송사·소설가 등 저작권자의 돈이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법은 경문협이 지난 2005~2008년 북한에 송금한 저작권료 7억9천만 원이 경문협 주장대로 북한 방송사, 소설가 등에게 지급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 올해 4월 '사실조회'를 통일부에 요청했다.
저작권료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국군포로 측이 제기한 소송 판결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통일부가 '사실 확인'을 거부한 것은 진실을 가리는 행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를 제기한 국군포로 측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통일부가 말하는 국익은 대체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한 국익이란 말인가? '경영상 비밀'이라는 핑계도 뜬금없다. 기업이 가진 첨단 기술, 경영 노하우를 공개하라는 것도 아닌데, 그걸 '경영상 비밀'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법원의 사실 확인 요청을 통일부가 거부한 것은 북한 방송국이나 작가에게 송금했다는 저작권료가 사실은 북한 군부나 김정은에게 들어갔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품게 한다. 무엇보다 법원이 재판에 꼭 필요해 요청한 사실조회를 통일부가 거부해도 되는가? 통일부는 법 테두리 밖에 존재한다는 것인가? 통일부가 '국익' 명분으로 '국익'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달리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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