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 신데렐라'와 '위키드'
동화를 통해 만들어진 규범은 우리 세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했을까요? 동화 속 이야기는 다음 세대에 의심할 바 없이 전수할 정도로 좋은 가치를 담고 있기만 한 걸까요? 아시다시피 동화에 동심만 담긴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중시하는 여러 규범을 확립하는 데 동화는 깊이 관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고전 동화에 의해 사회화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읽힐지 고민해야 합니다. 여기 그 답이 될 수 있는 두 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모두가 건강한 자기 자신의 삶을 찾는 이야기

'해방자 신데렐라'는 '신데렐라'를 재해석했습니다. 신데렐라가 구박받는 초반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리베카 솔닛이 다시 쓴 이 동화에선 누구도 착취당하지 않습니다. 대모 요정과 말로 변신한 동물들은 신데렐라를 돕겠다는, 분명한 자발적 의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데렐라를 구박하며 허영을 부리던 언니들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목표에서 벗어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을 찾습니다.
구두의 주인을 찾은 왕자는 신데렐라에게 뜬금없는 청혼을 하는 대신, 친구가 되자는 제안을 건넵니다. 타인의 삶에 편승하는 대가로 높은 신분을 얻고 자유를 잃는 대신 신데렐라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삶을 선택합니다. 리베카 솔닛의 신데렐라 이야기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건강한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빛이 나고 스스로 주인공이 됩니다.
책은 또한 삽화가 아서 래컴이 1919년작 '신데렐라'를 위해 그렸던 오리지널 실루엣 일러스트를 새롭게 되살려냈습니다. 래컴이 그린 신데렐라의 일러스트는 난민 아이들, 이주민 가정부들, 입양 아동들, 소외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래컴의 이미지를 매개로 신데렐라 이야기가 지닌 가능성은 다양하게 확장합니다. 리베카 솔닛은 계모와 의붓 언니들을 우스꽝스럽고 추하게 그린 래컴의 일러스트는 과감하게 제외하여 삽화 수록을 통해서도 '동화 다시 쓰기'를 시도하였습니다.
해방자 신데렐라는 누더기 옷을 입고도 활기 넘치고, 노동을 바탕으로 자기 존엄을 지킵니다. 왕자와의 결혼으로 곤경을 해결하지 않습니다. 리베카 솔닛의 '해방자 신데렐라'는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신데렐라는 '재'를 뜻하는 '신더'를 떼어내고 '엘라'라는 본래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불완전하기에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동명 뮤지컬의 원작 소설인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위키드'는 약자의 편에 서서 권력에 맞서는 초록색 피부의 마녀가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입니다.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패러디했습니다.
'위키드'에서는 도로시의 물벼락을 맞고 녹아버린 사악한 서쪽나라 마녀가 주인공이고, 오즈의 마법사는 잔혹한 폭군 독재자로 등장합니다.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열정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의 소녀 엘파바. 그녀는 시즈 대학에서 허영으로 가득한 금발의 글린다와 묘한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이들의 삶의 터전 먼치킨 랜드는 말도 하고 지적 활동을 하는 동물들이 인간과 동등한 시민 대접을 받으며 번영하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독재자로 군림하여 동물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면서 시즈 대학의 친구들은 서로 다른 운명을 택하게 됩니다.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선택을 통해 작가는 묻습니다. '무엇이 진짜 선이고 악일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를 말이지요.
'위키드'는 고전을 단순히 패러디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즈의 역사를 통해 성(性)과 권력, 사랑과 용기 등의 가치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도록 안내합니다. 판타지 형식을 빌려 작가가 진짜 쓰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적을 악마로 탈바꿈시키는가입니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에서 '적'인 베트남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경험한 것이 창작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 때문에 늘 주목의 대상이면서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도덕적인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지혜롭게 세상과 맞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과 다른 외모 때문에 오히려 학대받는 동물들(소수자)의 권리에 더 민감하게 공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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