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착한' 김경수가 '나쁜' 문재인을 만든다!…민주당 프레임의 딜레마

입력 2021-07-28 06:00:00 수정 2021-07-28 07:50:52

댓글 여론 조작 유일한 수혜자 대통령…착한 김경수 Vs. 착한 문재인 '양립 불가'
착한 김경수와 나쁜 드루킹의 범죄가 함께 지목하는 것은 대통령 문재인 부부!
'착한 김경수 만들기'가 수뢰 범죄만 부각시킨 '한명숙 구하기' 데자뷔 될까??

김경수 경남도지사 지지자들이 26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김 전 지사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지지자들이 26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김 전 지사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핵심 참모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6일 오후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되었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7년 대선 댓글 여론 조작'을 한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데 따른 조치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창원교도소 앞에서 "사법부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그렇게 외면당한 진실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그동안 험한 길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마디로 "나는 죄가 없다, 억울하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당 대선주자와 범여권에서는 이 때문인지 '착한 김경수' 프레임 만들기가 한창이다. '나쁜 드루킹 일당에게 속은 아무 죄 없는 착한 김경수'가 범여권 프레임의 요체이다.

여권 대선후보 1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한 미소로 돌아오라"고 했고, 여권 대선후보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김(경수) 지사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재수감을 앞두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지켜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다는 걸 슬쩍 흘리면서 '친문 표심'을 자극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김경수는 원래 선하고 사람 잘 믿는다"고 했다. '아무 죄 없는, 억울하고 착한 김경수'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주당과 범여권의 '착한 김경수' 프레임에서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은 '드루킹 일당이 2017년 대선 과정에서 킹크랩 프로그램을 동원해 엄청난 규모의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을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착한 김경수 만들기 프레임'이 자칫 '한명숙 구하기'의 복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고, 뇌물수수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진 '친노 대모'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구출' 하기 위해 당시 담당 검사들을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감찰하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친노 대모'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수억 원의 뇌물 중 3억원짜리 수표를 한 총리의 동생 전세자금 지불에 쓰인 명백한 물적 증거만은 결코 부인할 수 없었던 탓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한명숙은 무고하다'라고 주장하면 할수록 '한명숙은 거액의 뇌물을 받은 권력형 범죄자이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되풀이해서 각인시키는 효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한명숙 구하기'는 '한명숙 확인 사살'이 되어버렸다.

민주당과 범여권의 '착한' 김경수 프레임의 대칭점에는 '나쁜' 드루킹이 있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의 몸통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서는 "비상식적인 대통령 끌어들이기, 대선 불복 정치 선동을 중단하라" "국가기관이 대대적이고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국정원 댓글 사건 지칭)을 해 선거에 개입한 것과 드루킹이 김 지사를 이용해 벌인 사기극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 "역대급 망언"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결국 민주당과 범여권은 '드루킹 대선 댓글 조작 사건'을 '나쁜 드루킹 일당' '착한 김경수' '아무 상관 없는 문재인 대통령' 프레임으로 돌파할 전략으로 보인다.

좋다. 솔직히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얼굴을 보면 악(惡)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성품이 온화하고 순해 보인다. '착한 김경수'를 하나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보지 말고, '착한 김경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본성' 그 자체로 인정하자.

'착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법정에서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접근해 나(김경수)를 이용했을 뿐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착한' 김경수가 진짜로 '착한' 김경수라면 절대 법정에서 거짓말을 계속 할 리는 없을 것이다.

디지털 포렌식 결과, '착한' 김경수는 2016년 11월부터 1년여 동안 (밀접한 관계가 아닌 드루킹에게-김경수 본인의 주장) 32차례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드루킹에게 먼저 연락해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을 할) 기사 링크를 보냈고, 드루킹은 그 지시를 철저하게 실행했다. 이건 주장이나 의견이 아니라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fact)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 도착해 수감 전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 도착해 수감 전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착한' 김경수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당시 문재인(현 대통령) 민주당 후보의 수행비서 겸 핵심 참모 역할을 담당했다. '착한' 김경수가 '주군'인 문재인 후보와 아무런 상의 없이 모르게 이런 불법적인 일을 했다면 '착한'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된다.

자신이 모시는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주군의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동의 아래 일을 진행시켰고, 그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김경수 자신이 감당하고 있다면 '착한' 김경수 프레임은 '계속' 유효하게 된다. '착한 김경수' 프레임은 '나쁜 문재인'을 향하게 되어 있다.

'나쁜' 드루킹이 한 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쁜 드루킹 일당'은 '나쁜X'인 만큼 대의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을 벌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드루킹 일당은 2017년 1월 문재인 후보와 반기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 공항철도 티켓 논란, '턱받이' '퇴주잔' 논란 관련 기사를 겨냥한 댓글 공격에 집중했고, 반기문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반 후보는 2주만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결론적으로 '나쁜' 드루킹 일당은 본인들의 이익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것이 된다. 이게 아니라면 '드루킹 일당의 이익 = 문재인 후보의 이익'이라는 등식이 성립해야 한다.

또 드루킹 일당은 2017년 4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37%)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40%)에 육박하자, 화력을 안철수 후보에게 집중해 'MB 아바타' '안초딩' 등 조롱 섞인 댓글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고, 그후 여론이 안철수 후보에게서 멀어지면서 안 후보는 결국 본선 3등으로 추락했다. 이번에도 '나쁜' 드루킹은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결과적으로' 애쓴 꼴이 되었다.

법원이 인정한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여론 조작 규모만도 댓글 68만여 개에 클릭 수는 4천133만여 개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그렇게 비판하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100배 규모가 넘는다. '착한' 김경수 프레임이나 '나쁜' 드루킹 프레임 모두 가리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범야권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 "이번 여론조작의 유일한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변명조차 못하면서 남의 일처럼 행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답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게 '비서 김경수'가 책임질 일이냐…(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과거 (드루킹이 주도한 모임인) '경인선에 가자'고 말하는 자료 화면들이 남아 있고 고위공직인 총영사 자리가 실제로 흥정하듯 거래된 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 본인이 여론조작을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거란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특검 연장 및 재개를 요구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경수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 공모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은 범죄수익에 기반한 '도둑정권'이자 '장물정권'이며 정권의 정통성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경인선 및 다른 유사 조직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검경에 촉구한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도 26일 페이스북에 "최측근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재수감되었는데 왜 문 대통령은 말이 없느냐. 문 대통령이 댓글 공동체에 대해 알고 있는 대로 국민 앞에 나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범여권의 '착한 김경수, 나쁜 드루킹' 프레임이 갈수록 '잇속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나쁜 문재인'을 향해 가는 모양새가 '무고한 한명숙' 프레임이 '권력형 뇌물수수 범죄자 한명숙'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과 유사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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