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물 보기를 금(金)같이 하라

입력 2021-07-25 19:21:31 수정 2021-07-26 06:13:32

류성걸 국회의원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매일신문 DB
류성걸 국회의원
류성걸 국회의원

석유를 블랙 골드(black gold)라고 부른 지 오래됐다. 요즘은 물을 블루 골드(blue gold)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구가 급증하고, 인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깨끗한 수자원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물 보기를 금과 같이 해야 하는 시절이 된 것이다. 생활용수, 산업용수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물 부족 현상을 겪거나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줄어 식수 부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세계 각국은 지금 깨끗한 물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깨끗한 물의 중요성을 가장 절감하는 곳이 바로 대구다. 대구시는 199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이후 깨끗한 물 확보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기울여왔다. 이러한 투자가 지속돼 2015년 세계물포럼을 대구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물을 확보하고 정수(바닷물의 경우는 담수화)한 후 공급하는 과정, 사용한 물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하수로 보내거나 재활용하는 과정, 빗물을 안전하게 흘러가게 하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여 물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과정 등 물순환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산업을 물산업이라고 한다. 최근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 다양한 스마트 기술이 도입되는 등 물산업 분야에도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물시장 규모는 약 920조 원(8천34억 달러)으로 연평균 3.4%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2020년 기준 약 5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2배 정도다. 이러한 물산업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등 선진 국가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물산업 규모가 약 1조5천억 원으로 세계 12위를 기록하는 우리나라도 물산업을 육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달성군 구지면 16만8천㎡ 부지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2019년 9월)하고,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유치(2019년 11월)해 '기초연구→제품 개발→성능 확인→인·검증→사업화→해외 진출'을 포괄하는 전 주기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6월 말 현재 119개 업체가 입주했고,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10곳으로 늘었다. 대구는 물의 도시, 물산업의 도시로서의 위상과 이미지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 자체 노력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힘들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실증플랜트 연구개발 수행, 한국물기술인증원 기능 확대, 물산업 관련 인력 양성 기관 신설 등을 위한 예산이 요구된다.

둘째, 대구에 물산업진흥원을 신설하고, 물산업 관련 주요 기능을 집적해 효과적인 기술개발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한편 대구시가 제안한 '디지털 상하수도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통해 대구시의 물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 국내 굴지의 엔지니어링 회사와 대구시가 힘을 모아야 한다. 물산업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여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 체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물산업은 특정 지역의 일이 아니다. 인류 미래를 담보하는 물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침체하는 지역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 대구시와 중앙정부의 줄탁동기(啐啄同機)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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