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기대와 거품 사이…"대어급 IPO, 낚아도 될까요?"

입력 2021-07-22 15:04:18 수정 2021-07-22 22:36:02

상반기만 40여곳 신규 상장 올 연간 공모액 30조원 전망
예상 몸값 10조원 넘는 기업들 하반기에도 줄줄이 입성
일각 공모가 과대 책정 지적…투자자 배당 몫 줄어들라 걱정
시장 과열에 금감원 "기업들 명확한 증권신고서 제출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지난해 이후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대폭 커지면서 기업과 개인 투자자 모두 기업공개(IPO)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인터넷은행 최초로 상장에 나선 카카오뱅크가 기관 투자로만 2천500조원을 끌어모으며 금융업종 대장주 자리를 넘본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공모 금액 10조원, 상장 후 기업가치 100조원으로 전망되며 흥행을 예고 중이다.

일각에선 IPO 주간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탓에 '공모가 거품'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높은 공모가를 책정해 상장했다가 주가가 떨어져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IPO 시장의 공모가 하회를 고려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대어' LG에너지솔루션…최대 10조원 공모 전망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들의 IPO 공모가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 연간 최대 공모가를 기록한 지난 2010년(10조907억원)의 3배 수준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코스피 4곳, 코스닥 36곳 등 40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12개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반영됐다. 유가증권시장에만 4개 기업이 상장해 상반기 전체 공모가가 전년 동기(3천650억원)의 15배 수준인 5조6천167억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넷마블네오, 크래프톤 등 다수 기업들이 IPO에 나설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최대 대어(大漁)로 평가받는다. 금융업계는 이 회사가 공모 금액을 10조원까지도 모을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상장 후 기업 가치도 최대 100조원으로 관측된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보다도 높은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우리사주조합'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개인 투자자 대상 청약을 눈앞에 뒀다.

22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카카오뱅크는 오는 26, 27일 청약을 받는다. 참여 기관 대부분이 공모 희망가격(3만3천~3만9천원)에서 최상단 이상으로 주문을 넣을 만큼 매수경쟁이 치열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예정일인 내달 5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상승해 마감하는 것)한다면 그 시가총액이 4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내달 중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페이 역시 기업가치가 12조원대 이상으로 평가된다. 두 회사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것이 기대되자 모회사 카카오의 기업가치 평가도 오르고 있다. 네이버에 수년간 밀렸던 카카오 시가총액은 지난달 중순 처음으로 경쟁사를 넘어섰다.

온라인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도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액 5조원대, 기업가치 35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배틀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는 크래프톤이 IPO를 앞두고 있다. 크래프톤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증시 활황에 기업도 투자자도 기업공개에 관심

올해 유독 IPO가 활발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활황을 이어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가 대폭 늘어났다 보니 상당수 기업들이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가치도 평가받고자 하는 분위기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 역시 잠재가치가 높은 주식을 일찍이 보유해 자산을 불리려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스팩, 리츠 포함)들이 공모로 조달한 자금은 2018년 2조7천803억원에서 ▷2019년 3조4천761억원 ▷2020년 4조7천66억원 ▷2021년 7월(21일 기준) 6조5천88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경우 상반기가 갓 지났음에도 이미 지난해 연간 조달금액을 40%나 넘겼다.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도 다양하다. 처음 공모주에 투자하는 10~20대는 물론 은퇴자금으로 재테크를 하는 60대도 늘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자 연령대를 보면 10~20대가 3.44%, 60대 이상이 32.05%에 이른다.

이런 기대를 등에 업고 공모주 가격을 '과대 책정'한다는 지적도 높다. IPO시장에 뛰어드는 기업 대부분이 기업 가치를 높이면서 투자자금도 확보하려 하는 만큼 실제보다 높은 가치로 상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공모가를 하향 조정해 상장하고도 시초가보다 더 하락한 채 오를 줄을 모르고 있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매출 대부분을 진단키트에 기대고 있음에도, 해외 주요 바이오 기업들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가 결국 금융당국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최대 8만5천원에서 5만2천원으로 기업가치는 약 11조7000억원에서 9조원 대로 떨어졌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 첫날인 16일 5만7천원으로 시작해 같은 날 6만6천700원까지 올랐으나 다음날부터 꾸준히 하락, 22일 오후 2시 현재 5만5천원대로 내렸다. 온라인의 한 에스디바이오센서 게시판에는 "이러다 공모가 밑으로 내려갈 것 같다. 공모가가 5만2천원이 아니라 5천200원이었어야 했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몸값 고평가' 논란을 겪었다. 희망 공모가 상단인 3만9천원으로 상장해 '따상'해 최대 예상 시가총액 48조원을 기록한다면 국내 4대 금융지주인 KB금융(22조8천200억원), 신한지주(20조6천600억원), 하나금융지주(13조6천100억원), 우리금융지주(8조2천700억원)를 모두 앞서게 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메리츠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

자사 기업가치를 35조원대로 추정한 크래프톤 역시 그 비교 대상을 글로벌 콘텐츠 기업인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으로 제시하고 있어 '무리한 가치 책정' 논란이 제기됐다.

전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배틀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는 크래프톤이 IPO를 앞두고 있다. 크래프톤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IPO 시장 과열, 주간사들 '높은 공모가' 희망 경향"

금융투자업계는 IPO 시장이 과열돼 기업들이 공모가를 올려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장 3개월 이내 주가가 공모가의 최대 6배까지 오르는 종목이 나오니 상장 주간사들의 공모가 고가 책정 요구도 과열됐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코스피, 코스닥 기업의 공모가 대비 3개월 후 종가 평균 수익률은 각각 20.8%, 39.1%에 그쳤다. 지난해 상장힌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 64.3%(코스피), 64.2%(코스닥)보다 훨씬 낮다.

공모가가 높을 수록 주식 발행사만 유리하고, 투자자는 먹을 것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도 IPO 예비심사 등 과정에서 기업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등 다수 기업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공모가 산정 근거를 더욱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요구에 공모가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가 대폭 늘어난 만큼, 더욱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권신고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발행사나 주관사 모두 공모가가 높을수록 이득을 보는 반면 투자자는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가 크다. 금감원이 이런 상황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자도 IPO 시장의 특성을 알고서 청약을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