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평생직업의 꿈

입력 2021-07-26 06:30:00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요즘 시대에 평생직장을 꿈꾸는 사람이 있을까? 평생직장이란 단어보다 '평생직업'을 더 자주 듣게 된다.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해 응시하는 공무원 시험. 매년 20만 명의 응시자 중 높은 경쟁률을 뚫고 5천여 명이 합격하지만,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가 6천명을 넘는다. 조직이 보장하는 안정감 외에 삶의 만족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 유튜버로 활동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이들도 있다. 1980년부터 2000년대 출생자를 일컫는 MZ세대에게 직업이 주는 삶의 만족도가 직업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과거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려 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음악을 전공한 이유도 있겠지만 공연의 A부터 Z까지 책임져야 하는 공연기획자의 특성상 나의 성격, 성향과도 맞다. 처음부터 공연기획자의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성악을 전공한 남자라면 누구나 목표로 하는 '제2의 파바로티'를 꿈꿨었다.

꿈이 바뀐 것은 군 제대 후의 일이다. 흔히 군대에 다녀오면 '철든다'라는 말이 있듯, 나 또한 현실을 바라보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음악을 업으로 삼는다면 해외 유학 등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학을 다녀오면 언제부터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등의 내적 갈등이 심했다.

그래서 나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군을 찾아 공연기획자의 꿈을 꾸게 되었다. 음대생이라면 거쳐야 하는 졸업연주회를 마친 후 공연기획자의 길을 걷기 위해 취업계를 내고 사회에 나왔다. 사회생활 초반에는 대학 졸업 후 유학길에 오른 선배, 친구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요즘 강제귀국하고 있는 주변 예술인들을 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공연기획자는 나의 운명과도 같은 직업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고등학생 시절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무보수로 무대감독의 일을 도왔다. 무대가 좋아서였을까? 나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무대 스태프를 자처했었다. '공연기획자'라는 직업도 몰랐던 때, 나는 어쩌면 10대 때부터 공연장 언저리를 맴돌았던 것 같다.

공연 업계에 있으면 워라밸은 반쯤 포기해야 한다. 워라밸의 기준으로 삼는 나인 투 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는 공연기획자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것이 공연기획자의 하루다. 그런데도 공연을 준비하고 관객에게 선보이며 느끼는 보람이 워라밸의 불균형을 해소하게 하는 것이 공연기획자의 삶인 듯하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저서 '규칙없음'에 담긴 메시지가 인상 깊다. "직원들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았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나는 그의 메시지처럼 평생직장을 꿈꾸지 않는다. 그리고 평생직업을 꿈꾸는 '공연기획자'로서 내가 속한 공연장과 넓은 범위의 지역 문화예술계에 좋은 영향을 주는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