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전쟁 / 이기철·이상근 지음 / 지성사 펴냄

1950년 6월 북한의 기습공격에 서울은 단 사흘 만에 인민군에게 점령됐다. 이 당시 북한 내각 직속 '물질문화유물조사보존위원회'는 국립박물관의 소장품과 간송 전형필의 컬렉션을 북한으로 옮기려했다. 그러나 박물관 직원들이 유물 포장에 지연작전을 펼치는 사이 전세가 뒤집히면서 인민군들은 모든 유물을 내팽개치고 북으로 달아났다.
책은 제국주의 침탈과 전쟁의 와중에서 벌어진 문화재 약탈과 그에 대한 반환 및 회복과정을 다루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주도로 벌어진 나치의 약탈부대 ERR(로젠베르크 제국 사령부)에 맞서는 미술사학자들로 편성된 연합군 모뉴먼츠 맨과 박물관 종사자들의 활약이 서사적으로 펼쳐진다. 약탈의 마수를 피한 모나리자를 비롯한 대가의 작품들에 얽힌 숱한 이야기와 함께 종전 후 약탈 예술품을 둘러싼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 가문 소장품을 되찾으려는 후손들의 힘겨운 노력, 제3세계 문화재 환수 운동 등을 소개하고 있다.
미술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히틀러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예술품을 '퇴폐 예술'로 낙인 찍었고, 개인미술관을 장식할 목적으로 EER에 예술품 약탈 권한을 부여했다. EER이 조직적으로 거둬들인 약탈품은 1940년 11월부터 1944년 7월까지 파리의 개인 컬렉션 203곳에서 2만1천903점에 달한다. 이에 맞서 전쟁 역사상 최초로 편성된 'MFAA'(기념물, 예술품, 기록물 지원부대)는 나치가 숨긴 500만점에 달하는 보물찾기에 나서면서 예술품들을 제자리에 돌려보내는 등 이들의 활약을 소재로 영화 '모뉴먼츠 맨'이 제작되기도 했다.
특히 나치는 약탈한 예술품을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미생물의 공격을 막는 천연 저장고인 소금광산에 숨긴 행위가 결과적으로 그 문화 예술품을 보호한 사실 또한 아이러니하다.
한편 나치에 당한 만큼 '모든 것을 다 가져오라'는 소련의 스탈린 특명에 따라 소련 전리품 부대 '트로피 여단'이 꾸며졌고 이들의 주요 수집대상은 독일 산업 시설과 전략물자들로 예술품도 그 중 하나였다. 트로피 부대가 약탈한 주요 대상물은 미적 가치가 없는 청동제품으로 나중에 모스크바에서 다 녹여버렸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지존' 모나리자는 어떻게 나치 약탈의 마수를 벗어났을까? 모나리자는 루브르 직원들이 암호로 역정보를 흘려 나치로부터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세계사의 흐름을 예술품 약탈이라는 시선으로 읽는 재미가 있다. 352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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