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효 한국인재개발컨설팅 인문학연구소장
올해 대학 신입생 모집에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 최악의 미달 사태를 빚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엘렌 러펠 셸은 한국에서는 이미 교육 프리미엄이 소멸해 한국 대학 졸업자들의 평생 소득은 최근 들어 고등학교 졸업자의 소득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학 진학률 세계 1위인 한국은 전체 실업인구 가운데 50% 이상이 대학 학위 소지자로 확인됐다고 한다.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쯤엔 전통적인 대학 50% 정도가 소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대학의 종말을 의미한다.
셸은 오히려 학위를 소지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옥스퍼드대 조너선 거슈니 교수는 한국 교육열은 마치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떠올린다고 비판한다. 한국은 해방 이후 약 70년 동안 교육의 힘을 통해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와서도, 시험 위주의 능력주의에 집착한 결과, 오히려 한국 교육이 미래의 한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고등학생들이 줄기차게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산업화 세대로서 학력에 의해 커다란 성공을 맛본 학부모들의 맹신 때문이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사람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다. 결정적으로 고졸자는 대졸자와의 임금 격차가 상당하고 승진 등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
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은 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과 상관관계는 있지만, 고등교육이 반드시 고소득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프레이는 2030년쯤엔 무고용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겠지만, 사라지는 일자리가 이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절망적인 대학 신입생 미달 사태는 단순히 학령인구의 감소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력 간 임금격차 해소와 관련해 일본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고졸자들에게는 다양한 취업 기회가 존재하는데, 1990년부터 고등학교가 취업처를 찾아주는 제도가 정착돼 일자리를 구하는 데 문제가 없다. 더욱이 대졸자와 고졸자 간의 월급 차이·차별 대우가 한국만큼 심하지 않다.
놀랍게도 일본 대기업 대졸자 초봉은 한국보다 낮다. 특히 기술직은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어 오히려 일본의 고졸자들은 기술을 습득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취업처를 선호한다.
인문계 고교에서도 공부를 원하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을 구분해 진로 지도를 완전히 달리하는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 진학률 35%에 불과한 독일의 아우스빌둥, 즉 직업전문센터를 모델로 삼아 기업이 학생을 직접 선발해 맞춤식 기술 교육을 함으로써, 졸업과 동시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구축하자는 얘기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임금격차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학력 간 임금 불평등에 대한 국민 전체의 새로운 인식과 이의 실행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의 종말은 곧 국가의 종말을 의미한다.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임금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대학 신입생 미달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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