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올림픽 새옹지마

입력 2021-07-19 05:00:00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올림픽은 가성비 떨어지는 국제 이벤트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실속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챙겨간다. 개최국과 개최 도시는 설거지와 뒷정리로 허리가 부러진다. 1896년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이 열린 이래 상업적으로 성공한 올림픽은 애틀랜타 하계올림픽(1996년)과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1994년) 정도다.

이러다 보니 역대 개최국이 빚더미에 앉는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마저 생겨났다. 몬트리올(1976년)·아테네(2004년)·리우데자네이루(2016년) 하계올림픽이 대표적이다. 몬트리올시는 올림픽 부채를 갚느라 30년 넘게 고생했고, 아테네 올림픽은 2011년 그리스 경제 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브라질 경제 불황에 일조했다.

며칠 있으면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1년 연기되는 등 천신만고 끝에 개최되지만 이미 역대 최악의 적자 올림픽 자리를 예약해 놨다. 역대 최대 비용(한화 17조 원)이 들어가건만 사상 최초로 관중도, 함성도 없는 대회가 될 전망이다. 경제 손실액이 2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보여주고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과를 보면 부질없는 꿈으로 귀결될 것 같다. 올림픽 성공 덕을 봐 올가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스가 정권의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세상사 참으로 새옹지마(塞翁之馬)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1년 IOC 총회를 앞두고 세계 여러 도시들이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였다. 부산도 그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부산의 발목을 잡았다. 같은 나라에서 동계와 하계올림픽이 연달아 열릴 수 없다는 IOC의 방침을 간파한 부산시는 유치 신청 자체를 포기했다.

10년 전 올림픽 유치 성공 당시 도쿄의 환호는 지금 곤혹과 후회로 바뀌었다. 역사에 가정법은 부질없지만 그때 만약 부산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면 우리나라는 일본이 겪는 상황을 그대로 밟고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부산은 평창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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