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삼성 라이온즈 왕조 구축한 레전드들의 일탈과 몰락

입력 2021-07-18 06:00:00 수정 2021-07-18 14:09:35

윤성환·박석민·임창용·안지만·오승환 2000년대 왕조 활짝 연 스타… 화려한 기록, 명예, 부 다 챙겼으나 일탈 행위로 비난 자초

승부 조작 혐의를 받는 전 삼성 라이온즈 투수 윤성환이 지난 3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 조작 혐의를 받는 전 삼성 라이온즈 투수 윤성환이 지난 3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삼성 라이온즈는 2000년대 왕조 시대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02년. 2005·2006년에 이어 2011~2014년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왕조를 구축했다. 정규시즌만 보면 2011~2015년 5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항상 우승에 목말랐던 삼성은 이로써 명문 구단의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삼성의 영광을 팬들에게 전했던 왕조 시대의 레전드들이 일탈 행위로 국민적 공분을 사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어 안타깝다. 승부 조작 혐의로 재판받는 윤성환, 코로나19가 다시 활개 치는 시점에 원정 숙소에서 술자리를 주도해 비난받는 박석민, 2015년 원정 도박 사태를 일으키고 최근 사기 혐의로 다시 뉴스에 오른 임창용, 도박 사이트 개설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안지만, 도박 혐의로 징계를 받은 오승환 등이 왕조 시대를 이끈 삼성 레전드다.

이들은 모두 자유계약(FA)과 해외 진출로 돈방석에 오른 선수들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삼성에서 아낌없이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수집했으며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위를 선양했다. 남 보기에 부러울 것 없는 이들이 저지른 일탈 행위는 충격으로 남아 있다.

윤성환은 대표적인 삼성 프랜차이즈다. 2004년 입단해 2020년까지 삼성 한 팀에서만 15시즌 공을 던지며 우승 반지 4개를 수집했다. 그가 거둔 135승은 삼성 역대 투수 최다승 기록이다. 그는 '영구결번'이 가능한 기록을 남겼지만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윤성환 측은 지난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대구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윤성환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사실과 검찰 증거에 모두 동의한다"고 했다. 윤성환은 지난해 9월 대구 달서구 커피숍 등에서 모 씨에게 승부 조작과 관련한 부정 청탁과 함께 현금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성환은 상대 팀에 1회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 실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승부 조작 행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수가 승부 조작을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윤성환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은퇴 선수 신분이지만 앞으로 KBO 차원의 징계도 뒤따를 전망이다.

박석민은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치명적인 사고를 쳤다. 그는 2004년 1차 지명을 받아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2015년 시즌 후 FA 계약으로 NC로 옮겼다. 삼성에서 5차례, NC에서 1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6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긴 NC 다이노스 선수 4명에 대해 72경기 출장 중지 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원정 숙소에서 벌인 외부인 여성들과의 술자리로 이번 징계를 받은 NC 박석민(왼쪽부터),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6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긴 NC 다이노스 선수 4명에 대해 72경기 출장 중지 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원정 숙소에서 벌인 외부인 여성들과의 술자리로 이번 징계를 받은 NC 박석민(왼쪽부터),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연합뉴스

박석민은 지난 5일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해 숙소에서 박민우, 이명우, 권희동과 일반인 여성 2명 등 6명과 술자리를 가진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14일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으나 일부 거짓말이 드러나고 의혹이 확산하면서 비난받고 있다.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박민우는 백신 접종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태극마크 반납 의사를 밝혔다.

사상 초유의 프로야구 리그 중단을 가져온 이번 사태는 서울 강남구청의 고발에 따른 경찰 수사와 KBO 징계 등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BO는 16일 발 바르게 상벌위원회를 열어 박석민 등 선수 4명에게 7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천만원씩을 부과했다. NC 구단에도 제재금 1억원을 부과했다. 팬들은 올 시즌 개막 전 '절대 1강' 후보였던 NC가 현재 5위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들어 구단의 선수 관리 실패를 꼬집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임창용은 지난달 23일 다시 이름을 더럽히는 뉴스를 탔다.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그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7월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에게 2천500만원을 빌린 뒤 이 가운데 1천500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임창용은 1999~2007년, 2014~2015년 삼성에 몸담았다. 마무리 투수로 삼성 왕조의 서막을 연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는 2015년 불거진 삼성 주력 투수들의 원정 도박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당시 2014년에 있었던 해외 원정 도박과 관련해 임창용과 윤성환, 안지만, 오승환이 수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오승환과 임창용은 한 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오승환은 해외 진출과 삼성 복귀를 통해 변함없는 활약으로 이때의 불명예를 씻어내고 있다. 2014~2019년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그는 2019년 8월 삼성에 복귀하면서 징계를 이행했다. 등판 때마다 세이브 기록을 다시 쓰며 팬들의 사랑을 되찾은 오승환이지만 도박 연루라는 '주홍색 글씨'는 그를 영원히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삼성에서 프로 데뷔한 오승환은 2013년까지 5차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안지만은 삼성 연고지 대구 출신으로 팬들에게 가장 큰 안타까움을 남겼다. 2002~2016년 삼성 유니폼만 입은 그는 2014년 마카오 원정 도박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어 무혐의 처분되었으나 2016년 도박 사이트 개설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았고 재판을 통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KBO로부터 유기실격 징계를 받았다. 삼성의 계약 해지로 허무하게 프로야구 무대를 떠난 그는 삼성의 FA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많은 것을 잃었다.

이 같은 일탈과 몰락은 비단 삼성 출신 선수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실력과 팬 인기로 먹고사는 스포츠 스타들의 비극적인 일탈 행위가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도덕적으로 미성숙한 젊은 스타들에게서 완벽한 인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선수들이 부모와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인성과 사회화 교육을 구단과 KBO는 꾸준히 마련하고 강화해야 한다. 은퇴 이후의 선수 진로에 대해서도 KBO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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