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리더십 도마 위에…'피해 소상공인' 집중 지원 당 입장 뒤집어
與 대표와 전 국민 지원금 합의, 당내 반발 100분 만에 말 바꿔
李 "소상공인 지원 강화 전제"…"여가부·통일부 논란 당력 소모"
"경선 관리 원래 역할 고민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한 달여 만에 도마 위에 올랐다. 당 정강·정책에 반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덜컥 합의했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이내 번복하는가 하면, 민생과 무관한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을 주장해 당력을 소모하는 등 제1야당 대표가 어설픈 대선후보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 국민 지급 합의 100분 만에 번복
이 대표는 지난 12일 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갖고 양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2차 추경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현금 살포'라고 맹비난하며, 대신 피해 소상공인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 같은 입장을 일순 뒤집는 합의에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발칵 뒤집혔다.
이에 이 대표는 곧바로 김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갖고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먼저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100여분 전 발표한 합의 내용을 번복했다.
그래도 파장이 걷히지 않자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피해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자는 당의 주장이 수용된 것을 전제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해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100여분 만에 뒤집힌 여야 합의를 두고 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결과적으로 5선 송영길 대표의 '기습 제안'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비판부터 원내 지도부와도 소통하지 않는 '불통 리더십'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 대표가 대선후보처럼 행동한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대선후보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한 경선 관리를 기치로 내걸고 대표에 올랐지만, 스스로가 대선후보처럼 행동하며 정책공약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당내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이다. 최근 이 대표는 "여가부는 빈약한 부서를 갖고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했다"며 "대선후보가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보폭을 맞춰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나란히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당장 당내에서부터 젠더 갈등을 조장해선 안 된다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아울러 유 전 의원과 하 의원과의 정책 연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유승민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가 갑자기 '작은 정부론'을 바탕으로 통일부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반발이 상당하다. 민생과 무관한 정책공약 남발로 당력을 지나치게 소모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 나설 경쟁력 있는 당 후보를 공정하게 뽑으라고 선출된 당 대표가 오히려 자신이 대선후보처럼 행동하며 당내 화합을 깨트리고 있다"며 "공정한 경선 관리라는 원래 역할로 돌아가 정권교체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준석 돌풍'을 지지한 당원과 국민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