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인줄 알면서 '부며든다'…메타버스 돌풍에 '부캐' 마케팅 붐

입력 2021-07-08 14:53:14 수정 2021-07-08 17:46:53

'놀면 뭐하니' 유산슬, 유두래곤, 유야호…카페사장 최준, 아이돌 매드몬스터 등
'탐정 세계관' 속 금고를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접하고, 가상의 한강 편의점서 라면 먹어

빙그레 슈퍼콘 광고모델로 활동한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부캐
빙그레 슈퍼콘 광고모델로 활동한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부캐 '유산슬'. 빙그레

'메타버스'가 삶의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초월(meta)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세계와 현실이 연결된 세상을 이른다. 온라인, 가상현실에 익숙한 MZ세대에게는 가상현실 역시 현실세계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보니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메타버스는 경제와 문화, 정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가상 공간에서 실시해 VR(가상현실) 기기로 볼 수 있게 한다거나, 대통령이 어린이날을 기념해 가상세계 게임 '마인 크래프트' 속 청와대에서 어린이를 맞이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연예인의 '부캐'(부캐릭터) 또는 실존하지 않는 온라인 속 가상 인물을 현실 세상으로 끌어내 섞어(mix) 쓰는 믹스버스(mixverse) 마케팅이 인기를 끈다.

◆유재석, '놀면 뭐하니' 속 다양한 부캐로 변신

메타버스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것은 이른바 '부캐 예능'이라 불리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다. 유재석은 'Yoo니버스'라는 세계를 구축하고서 매 프로젝트마다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다.

트로트 프로젝트에선 '유산슬', 치킨 만들기 프로젝트에선 '닭터유', 비·이효리와 혼성 그룹을 만들 땐 '싹쓰리 유두래곤', MSG워너비를 만들 땐 '유야호' 등으로 변신한다.

각 프로젝트에서 유재석은 서로 다른 콘셉트의 분장과 옷차림으로 캐릭터의 일관성을 나타낸다. 또 특정 프로젝트에 출연하는 동료 연예인들은 그를 본명이 아닌 부캐 이름으로 부른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부캐로 바뀌어 전 부캐가 사라지지만, Yoo니버스 속에서 각 부캐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예를 들어 MSG워너비 출연자 중 한 명이 유재석에게 "유두래곤 씨"라 부르면 그는 "저는 유야호입니다. 유두래곤 씨는 싹쓰리 활동을 마치고 쉬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런 부캐 놀이는 현실 속 시청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놀면 뭐하니' 클립 영상이 유튜브 등에 공개되면 시청자들 역시 유재석을 각각의 부캐명으로 부른다. 각 프로젝트에서 형성된 세계관에 몰입하고, '유야호는 천재적인 음악 제작자'라며 추켜세운다.

업계는 이 같은 메타버스 몰입감을 자사 제품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빙그레는 이런 유재석의 부캐 중 하나인 유산슬을 '슈퍼콘'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트로트풍 CM송을 부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농심도 '배홍동면' 광고모델로 유재석을 기용, 해당 광고를 위해 연출한 새로운 부캐를 공개했다.

롯데제과가 자사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꼬깔콘 광고모델 매드몬스터. 롯데제과
롯데제과가 자사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꼬깔콘 광고모델 매드몬스터. 롯데제과

◆'부캐 팬덤' 업고 마케팅 날개 달다

식음료 업계에서 이 같은 메타버스 마케팅은 '부캐 팬덤'을 등에 업고서 유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실존 인물보다 더욱 과장되고 더 매력적인 부캐 특유의 특이성에 매력을 느낀 팬들 마음을 제품 마케팅에까지 끌어오는 식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달 꼬깔콘 광고 모델로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를 발탁해 인스타그램 등에서 그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매드몬스터는 유튜브 가상 세계관에서 세계 최고 아이돌로 인정받는, '부캐 놀이'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매드몬스터 멤버인 '탄'(본명 곽범)과 '제이호'(본명 이창호)는 실제로는 개그맨인 두 멤버가 얼굴 보정을 거쳐 재탄생한 부캐다. 팬들은 이들의 현실 세계 모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그들의 가상 세계관 속 모습을 응원하는 '부캐 놀이'를 즐긴다.

매드몬스터 세계관에서 멤버들은 2017년 가수로 데뷔해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최근 4집 디지털 싱글 '내 루돌프'로 국내에 복귀한 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캐의 모습 그대로 공연하기도 했다.

매드몬스터처럼 부캐로 유명한 '최준'(본명 김해준)도 지난 5월 편의점 CU의 즉석 원두커피 브랜드 CAFE GET(카페겟)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즉석 원두커피에 관심이 높아진 MZ세대를 공략하려는 목표다.

김해준은 총 3편의 CU 광고에서 CAFE GET의 사장으로 출연해 열대우림 동맹 인증을 받은 친환경 원두와 텀블러 이용 캠페인 등 CAFE GET의 특장점을 특유의 캐릭터를 살려 소개한다.

최준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속 카페 사장 캐릭터다.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속 피글렛을 닮은 특유의 목소리와 느끼한 멘트, 과장된 다정함으로 '준며들다'(최준+스며든다) 열풍을 불러 온 유명 부캐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햇반컵반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햇반컵반 '나문희 탐정사무소' 팝업스토어. CJ제일제당

◆'부캐 세계관'을 현실에서, 현실 속 제품을 가상현실에서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옛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재유행으로 인지도를 또 한번 높인 배우 나문희를 햇반컵반 광고 모델로 기용해 탐정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어 '명탐정 컵반즈'라는 가상 세계관 속 추리 미션 콘텐츠를 공개했다. 유튜브 영상에서 공개한 추리 단서를 활용해 퀴즈를 풀면 사라진 햇반컵반 연구원을 찾거나, '김 회장'의 금고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추리 미션으로 발견한 서울 성수동의 금고까지 실제로 가 보면 햇반컵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 속 금고를 열면 '순금 명함'을 받을 수 있는 응모권을 지급하고, 현장에서 또 다른 스페셜 미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의 세계관을 현실 세계로 끌어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오프라인에서까지 경험하고, 마치 '방탈출 게임'에 참여하듯 '명탐정 컵반즈'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재미를 줬다. 햇반컵반 팝업스토어는 지난달 말까지 운영했다.

3D 증강현실(AR) 플랫폼 '제페토'로 유명한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는 최근 편의점 CU와 협업해 오는 8월 중 제페토 가상공간 속에 'CU 제페토 한강공원점'을 만들기로 했다.

제페토는 AR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에서 나만의 아바타를 움직여 다른 이들의 아바타와 교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제페토 속 한강공원에서 가상으로 CU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매장 테라스에 있는 파라솔, 테이블 등을 이용하며 실제 점포에서처럼 즉석 원두커피 기기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즉석조리라면 등을 먹을 수 있고, 주변에 버스킹 장소를 마련해 실제 공연장에 모인 것처럼 노래하거나 춤출 수도 있다.

네이버제트와 제휴를 맺은 구찌도 가상세계에서 구찌 의상, 핸드백, 액세서리 등 60여 종 아이템을 판매한다. 현실에서는 높은 가격대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사람들도 제페토를 통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제트
네이버제트 '제페토'는 최근 구찌와 제휴해 가상세계 속 구찌 의상, 핸드백,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제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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