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떨어지면 체류 자격 無…취업허가 신청 사실상 불가
아프리카 기니에서 온 난민 재신청자 하디야(33) 씨는 4명의 자녀가 있다. 심사 기간 3개월 정도의 출국 유예만이 내려지고, 정식적인 방법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자녀도 무국적자 신분이 된다. 하디야 씨는 "제발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아이도 먹여 살려야 한다. 다른 나라로 가더라도 비행기값이 필요한데 이는 모두 돈"이라고 했다.
난민 신청자들이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심사 기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생계가 힘들고, 난민 인정률도 낮아 출국 당할 수 있는 불안감까지 안고 있어서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6일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 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난민 최초 신청자만 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복잡한 제도로 사실상 취업하기 어렵고, 재신청자는 취업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다"며 "난민들이 지원단체를 찾아가 분유·쌀을 구걸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올해 4월까지 난민 신청자 수는 7만1천936명이고, 이 중 난민 인정자는 1천101명이다. 난민 인정률은 1.5%에 불과하다.
난민법 및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들이 일을 하려면 사업주의 법인등록증, 근로계약서를 사전에 제출해 취업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난민들이 취업허가를 받기 힘들다. 난민 불인정 후 재신청자는 '체류자격'이 없기 때문에 취업허가 신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난민 재신청자는 '출국유예기간'만 받을 수 있다. 취업 등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여부는 출입국외국인관리소 측이 판단하는데, 원칙적으로 난민 재신청자는 체류자격이 없어서 체류자격 외 활동에 대해선 허가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편이다.
연대회의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 신청자들은 어쩔 수 없이 유예기간 연장만을 기대하며 강제출국을 피해야만 한다"며 "한국에서 취업할 수 없다는 건 가족의 생존권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아울러 연대회의는 지난 4월 '난민 신청자들의 체류자격 외 활동 불허 결정'을 내린 대구출입국외국인관리소 판단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이날 제기했다.
난민신청자 6명(신규 신청 1명·재신청 5명)의 소송 대리인을 맡은 강수영 변호사는 "근로계약서를 미리 작성해올 것을 요구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난민승인 여부가 미뤄지는 상황에서 취업허가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자녀들과 함께 모두 굶으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관리소 측은 "체류연장 방편으로 난민제도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