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인정률 1.5% 불과 "일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입력 2021-07-06 17:50:51 수정 2021-07-06 22:52:07

심사 떨어지면 체류 자격 無…취업허가 신청 사실상 불가

아프리카 기니에서 온 하디야 씨. 변선진 기자
아프리카 기니에서 온 하디야 씨. 변선진 기자

아프리카 기니에서 온 난민 재신청자 하디야(33) 씨는 4명의 자녀가 있다. 심사 기간 3개월 정도의 출국 유예만이 내려지고, 정식적인 방법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자녀도 무국적자 신분이 된다. 하디야 씨는 "제발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아이도 먹여 살려야 한다. 다른 나라로 가더라도 비행기값이 필요한데 이는 모두 돈"이라고 했다.

난민 신청자들이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심사 기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생계가 힘들고, 난민 인정률도 낮아 출국 당할 수 있는 불안감까지 안고 있어서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6일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 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6일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가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일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가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변선진 기자

이들은 "난민 최초 신청자만 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복잡한 제도로 사실상 취업하기 어렵고, 재신청자는 취업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다"며 "난민들이 지원단체를 찾아가 분유·쌀을 구걸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올해 4월까지 난민 신청자 수는 7만1천936명이고, 이 중 난민 인정자는 1천101명이다. 난민 인정률은 1.5%에 불과하다.

난민법 및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들이 일을 하려면 사업주의 법인등록증, 근로계약서를 사전에 제출해 취업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난민들이 취업허가를 받기 힘들다. 난민 불인정 후 재신청자는 '체류자격'이 없기 때문에 취업허가 신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난민 재신청자는 '출국유예기간'만 받을 수 있다. 취업 등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여부는 출입국외국인관리소 측이 판단하는데, 원칙적으로 난민 재신청자는 체류자격이 없어서 체류자격 외 활동에 대해선 허가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편이다.

연대회의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 신청자들은 어쩔 수 없이 유예기간 연장만을 기대하며 강제출국을 피해야만 한다"며 "한국에서 취업할 수 없다는 건 가족의 생존권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아울러 연대회의는 지난 4월 '난민 신청자들의 체류자격 외 활동 불허 결정'을 내린 대구출입국외국인관리소 판단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이날 제기했다.

난민신청자 6명(신규 신청 1명·재신청 5명)의 소송 대리인을 맡은 강수영 변호사는 "근로계약서를 미리 작성해올 것을 요구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난민승인 여부가 미뤄지는 상황에서 취업허가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자녀들과 함께 모두 굶으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관리소 측은 "체류연장 방편으로 난민제도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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