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운영 재개에 어르신들 '웃음꽃'…“살 것 같다”

입력 2021-07-05 17:20:30 수정 2021-07-05 21:19:35

경로당 이용시간은 오후 1시~5시, 백신 접종 후 14일 경과한 노인 대상
"그동안 더운데 갈 곳 없어 답답했는데…시원한 경로당 있어 좋아"
"취식·화투 놀이 금지 아쉬워"…감염 위험에 방문 망설이기도

대구지역 경로당 운영이 재개된 5일 중구 남산복지관경로당에서 오랜만에 모인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지역 경로당 운영이 재개된 5일 중구 남산복지관경로당에서 오랜만에 모인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5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남산복지관경로당. 어르신 8명이 방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병원이 안마를 잘 해준다더라, 누구 자식이 결혼하다더라' 등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이야기 보따리를 푸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어르신은 경로당 회원 명단을 보며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경로당이 문 열었다"며 알려주었다.

코로나19로 운영이 잠정 중단됐던 경로당이 다시 문을 열면서 한동안 집안에만 머물던 노인들이 반색하고 있다.

대구시 8개 구‧군은 5일부터 경로당 문을 열고 백신 1차 이상 접종을 맞은 뒤 14일이 경과한 노인들에 한해서만 이용을 허가했다. 이용시간은 오후 1~ 5시로 제한하고 음식 섭취는 금지된다. 동별로 통장이나 경로당 임원이 방역 도우미로 경로당 출입문 앞에서 백신 접종 확인서 등을 검사하기로 했다.

다만 방역 점검이 덜 됐거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이용자들이 많은 일부 경로당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추후에 운영 재개를 할 방침이다.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모임을 갖는 데다 무더운 여름철에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생기자 "이제야 살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김삼금(74) 씨는 "경로당이 문을 열지 않는 동안 친구들과 공원이나 아파트 복도에서 만났는데, 다리를 쭉 펴는 등 편히 앉을 곳이 없어 불편했다. 날이 더울 땐 그나마 시원한 아파트 복도에 앉아있었지만 바닥이 너무 딱딱해서 오래 못 앉아 있었다"며 "경로당에서 에어컨을 켜고 방석 위에 앉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음식 섭취와 거리두기로 화투놀이 등이 금지되면서 아쉬움도 있다. 장복순(76) 씨는 "커피도 못 마시게 하고, 화투도 못 치게 하니 심심한 면도 있다. 원래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거리두기로 옆에 붙어 앉지도 못하고 멀찍이 운동기계 옆으로 쫓겨났다. 차라리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밖이 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일부 노인복지관 역시 백신 접종을 맞은 어르신들에 한해 지난달부터 실내 체육 수업 등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지만 코로나19 감염 걱정에 저울질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대구 서구 비원노인복지관에서 댄스 난타 수업을 듣는 장용조(70) 씨는 "그동안 동년배와 대화를 나누지 못해 답답했는데 대규모 감염이 다시 발생해 이런 행복이 사라질까봐 불안하다"며 "1회 이상 백신 접종자라도 자녀들이 '아직은 가면 위험하다'고 말려서 복지관에 올지 말지를 고민 중인 친구들도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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