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간 75주년 기획] 사자군단이 개척한 수많은 새 역사…레전드 명성 쭉∼ 잇는다
7만루타·2700승·4900홈런…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클래식 삼성이 써내려간 프로야구사…올 시즌 전력 응집 "가자 가을야구"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올해로 꼭 40년. 그동안 명승부와 명장면을 쏟아내며 대표적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는 그 세월만큼이나 많은 변화도 이뤄졌다.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그 사이 4개 구단이 더 합류해 이제는 10구단 체제라는 기본 틀을 갖췄다.
올 시즌. 명가 재건을 위해 숨가쁜 순위 다툼을 하는 대구 연고팀 삼성라이온즈는 부산의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출범 이후 지금까지 팀 이름을 유지해 온 '클래식 구단'으로 한국 프로야구사를 써가고 있다.
삼성을 빼놓고 프로야구를 논할 수 없을만큼 삼성은 명문 구단으로 한국 프로야구사에 내로라하는 기록들을 채워왔고 올 시즌엔 추락했던 성적으로 반등시키며 40년 잔치 '맏형'이자 주인공으로 새로운 40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하위권 옷 벗는 삼성
9-9-6-8-8. 아쉽게도 삼성은 최근 5년간(2016~2020년)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냈다. "삼성 야구 때문에 산다"는 팬들의 함성은 원망이 됐고, '최강'을 외치던 자부심도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 올 시즌 삼성은 분전 중이다. 선두권 다툼이 한 창이고, '가을야구'를 향한 투지도 예년과는 다르다. "이게 삼성이지"라는 올드팬들은 왕조로 불렸던 때를 모처럼 떠올리고 있다.
2016년 둥지를 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에는 코로나19 위세속에서도 팬들이 찾고 있다. 5월 1일부터 주말과 휴일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관중 수 제한이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6일 기준 올시즌 라팍을 찾은 누적 관중은 15만2천183명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대부분 구단이 10만명을 채우지 못한 상황임을 보면 팬들의 성원이 유독 두드러지는 지표다.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삼성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올해 KBO리그 올스타 투표 3차 중간집계에서 삼성은 드림 올스타 외야수 한 자리(SSG랜더스 추신수)를 제외한 포지션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포수 강민호는 올스타 후보 전체를 통들어 가장 많은 득표를 받아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팬들의 응원과 사랑을 확인한 삼성은 "실망시키지 않는 성적으로 팬들이 라팍에서 '최강 삼성'을 목청껏 외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열정 불태우는 선수들
4월 28일, 프로야구 순위표 가장 윗자리에 삼성이 새겨졌다. 2015년 10월 6일 이후 2천31일 만에 삼성이 정규리그 중간순위 단독 1위가 된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달라진 삼성의 중심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지난해 15승으로 팀 역대 외국인 투수 다승 타이 기록을 세운 데이비드 뷰캐넌은 올 시즌도 분투, 지금까지 9승을 거두며 다승왕을 향해 힘을 쏟고 있다.
'복덩이'가 된 호세 피렐라는 입단식에서 "우승하기 위해 왔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듯 홈런 19개(6일 기준), 타율 0.319를 달리며 팀의 중심이자 KBO 타자 중에서도 최상위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르는 배트,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 플레이, 최선을 다했으나 아쉬운 결과가 나왔을 때 자책하는 모습은 삼성 선수들에게 프로정신을 일깨우며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선발 원태인도 9승에 평균 자책점 2.59를 기록, 모처럼 등장한 토종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신인 좌완 이승현, 이재익, 이승민, 홍정우 등 차세대 투수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마운드의 허리를 든든히 받치는 우규민과 KBO리그 300세이브 대업을 넘어 올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 중인 마무리 투수 오승환 등 베테랑들도 제역할을 다하며 삼성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원태인 강민호, FA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오재일, 주장 박해민은 한국 야구 대표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이달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삼성을 너머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뛰게 된다.
◆삼성이 걸어온 길, "역사가 됐다"
6월 17일 삼성과 두산베어스의 시즌 9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8회말. 삼성 박해민이 우익선상 2루타를 쳐내면서 KBO리그 역대 최초 팀 통산 7만루타의 기록이 새로 쓰여졌다.

이보다 앞선 4월 25일 광주 기아타이거전에선 오승환이 KBO리그 최초 개인 통산 300세이브 고지를 밟기도 했다. 국내에선 삼성 원팀맨으로 뛴 오승환의 대업이자 이를 뒷받침한 팀의 기록이었다.
삼성은 그 역사 만큼이나 한국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들을 써왔다. 투수와 타자 부문에서 삼성이 걸어온 길은 역사였고, 앞으로 걸어갈 길 역시 새 역사로 기록될 예정이다.
투수 부문에서 삼성은 최초의 2천700승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6일 기준 2천687승을 기록 중이다. 1천300세이브까지 단 10세이브 만을 남겨두고 있다.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쳐온 삼성은 리그 최초 4만6천안타, 7만루타, 2만3천타점, 2만5천득점의 고지를 이미 넘어섰다. 4천900홈런까지도 26개만 남겨두고 있다.
1985년 삼성은 110경기를 77승1무32패로 승률 0.706를 기록했다. 아직 어느 구단도 깨지 못한 시즌 최고 승률이다. 전후반기로 나뉘어 경기를 치렀던 당시 전반기 55경기에서 40승1무11패, 승률 0.741는 이제는 도전할 수 없는 기별 최고 승률이다.
2003년 개막전 승리 후 삼성이 내달린 10연승은 현존하는 시즌 개막 최다연승으로 기록되고 있다.
삼성은 1997년 5월 4일 시민구장에서 LG를 만나 역대 최다 27점을 올렸고 2015년엔 시즌 최다 선발 전원 안타를 친 경기가 16번이나 됐다.
한국프로야구 1호 홈런·안타·타점의 이만수, 최초의 통산 100승 투수 김시진, 1993년 한국시리즈 181구의 박충식,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장효조, 2003년 56개의 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 '만세 타법'으로 호쾌한 타격을 자랑한 양준혁 등.
삼성의 젊은 사자들은 레전드 선배들의 명성을 이어 50년, 100년 역사의 빛나는 별이 되고자 오늘도 그라운드에서 혼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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