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권도전 나선 윤석열에 "출마선언 잘 했다", "네 개 지역구 챙기기 힘들지만 보람도 커"
"영주·영양·봉화·울진, 중앙정부 지원 모자랐던 기간의 설움 해소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

지난달 30일 오후 방문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018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실 벽면에는 지역구인 영주·영양·봉화·울진 등 네 개 지역 지도와 지역구 숙원과제의 이행실적이 적힌 현황판이 걸려 있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도전을 바라보는 검찰 출신 현직 국회의원의 생각을 듣기 위해 방문한 자리였지만 자연스럽게 시선은 현황판 위로 향했다.
"사통팔달 김천이 고향인 사람이 소멸위기 지역인 경북 북부 지역에 뭔 관심이 그리 많아!"라고 박 의원이 한 마디 툭 던진다. '그러게요!'라고 분위기를 전환하고 박 의원과 마주 앉았다.
숙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현역 정치인 입장에서 그것도 검찰출신인 국회의원이신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근 대권도전 행보를 어떻게 보세요?'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2021년의 시대정신이라면 법치, 공정, 경제 정도를 꼽을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은 법치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공정과 경제 영역에서 아직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도전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만났을 때 '윤 전 총장은 절대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을 때와는 다른 톤의 대답이다.
박 의원은 "내가 아는 윤 전 총장은 정치와는 궁합이 안 맞는 사람인데 시대적 상황이,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전 국민의 지켜보는 가운데 전개 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진로가 정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왕 칼자루를 뽑았으니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5년 후배지만 사법시험은 윤 전 총장보다 1년 앞선 1990년(32회)에 합격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검찰 출신 대통령 탄생과 지금의 시대정신은 부합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 "입헌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이고 최근 우리 국민들이 가장 공분하는 이유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불공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치를 통해 공정한 사회시스템 확립하려는 윤 전 총장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약점으로 지적받는 경제와 공정의 화두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검사가 다루는 사건 안에 우리사회 각 분야의 메커니즘이 녹아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도 우리 사회의 가려운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특히 윤 총장은 독서량도 풍부하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정치학습 속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출마선언에 대해선 '잘 했다'는 평가는 내놨다.
다만 박 의원은 검찰 조직에 대한 정권의 과도한 개입과 이에 반발한 현직 총장의 임기 중 사퇴와 대권도전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헌법질서 속에서 검찰이 제 역할을 하고 정권도 검찰의 견제를 '약'으로 삼는 관행이 정착돼야 우리 민주주의도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소신이다.
윤 전 총장 관련 얘기가 이어지자 박 의원의 볼멘소리가 터진다. "지역구 국회의원 만났는데 대권주자 얘기만 어떡하나, 의정활동 자랑도 하게 해 줘야지!"
멍석을 깔았더니 박 의원이 그 위에서 춤을 춘다. 무려 네 곳이나 되는 기초자치단체의 현안을 줄줄 꿰는 것은 물론이고 각 자치단체의 숙원과제 해결을 위해 어디까지 손을 댔는지를 술술 읊는다.
박 의원은 "지역구가 넓고 의정활동의 주요 활동무대인 여의도에서 멀다보니 지역민들을 자주 못 찾아뵙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려서 '숙제'라도 제대로 하고자 각 지역 현안사업은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며 "다행히 손발 맞는 보좌진을 만나 지난해 지역구 관련 국비예산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은 ▷베어링산업 제조지원기반 구축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영주역 광장 활용 ▷영주역 선상보도육교 설치 ▷2021 영주세계인삼엑스포 개최 예산 확보 ▷영주화장장 신축 ▷국립멸종위기종 복원센터 교육관 건립 ▷국립청소년산림생태센터·국립문화재수리재료센터 건립 ▷후포 어선안전조업국 신축 등 지역민의 바람을 조금이나마 충족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사정 모르는 분들은 제 예산확보 실적에 시샘을 하기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영주·영양·봉화·울진이 그동안 워낙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 했던 지역이라 다른 지역과의 형평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지역 몫을 확보하고 있다"며 "소멸위기 지역이라는 수세적인 자세가 아니라 지역구 네 곳이 가진 잠재력에 더욱 집중하면서 영주·영양·봉화·울진을 대한민국의 보석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마지막으로 주자(朱子) 팔장부시(八丈夫詩)의 한 대목인 '鳳飛千仞 飢不啄粟' (봉비천인 기불탁속, 봉황이 날면 천 길을 높이 날고, 굶주려도 조를 쪼으지 않는다)을 정치적 좌우명으로 삼아 부끄럽지 않은 선량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편협한 정치, 작은 이해에 매몰되는 정치를 벗어나 전체 국민과 시대와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