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집권세력의 무너진 공직 기강 질타 "文 정부, 반쯤 부패한 비서관들만 찾는 듯"
"초과세수로 재난지원금? 흉년에 백성들 곡식 더 걷어가는 행태"
제1야당 정당 대표이지만 지하철로 출근하는 파격적 행보 계속
윤 전 총장 첫 출발? "부족한 부분 있지만 출발 나쁘지 않았다" 호평
"윤석열 전 검찰총장, 특혜는 없다…8월에 경선 버스 무조건 출발"
팔공산만 다닌 대구경북 의원들? "일하는 방식 완전히 바꿔야한다"
당 대표가 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와 씩씩하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는 도중엔 꽤 피곤해보였다. 꽉 짜인 일정 속에서 인터뷰 직전에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손님이 떠난 직후에는 오랫동안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수행팀에 물어보니 이 대표는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을 계속하고 있었다. 출·퇴근은 물론, 행사가 있어도 대중교통을 타고 간다고 수행팀은 전했다. 제1야당 정당 대표로서 그의 파격적 행보가 일부에서 제기했던 '쇼'는 아니었던 셈이다.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첫 30대 당 대표라는 새 역사를 쓴 뒤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준석 대표. 그와의 인터뷰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진행됐다.
-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문제로 임명 3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실망스런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봐야하나?
▶우리당 김재원 최고위원이 묘사한 것처럼 반(反)부패 비서관이 아니라 반쯤 부패한 비서관을 데리고 쓴 것이다. 촌철살인의 한마디였다. 이 지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공직기강을 잡는데 실패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부터 반부패 일선에 서 있던 사람들 상당수가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본질적으로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했던 가혹한 잣대를 스스로 무력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행태를 볼 때 이 집권세력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약속이 잡혔나? 만난다면 여러 비판을 가할 작정인가?
▶약속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만난다면 주로 정책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세금 정책부터 지적할 것 같다. 이 정부 세금 정책은 실패한 것에 가깝다. 지금 재난지원금을 또 준다는데 이 뒤에 초과세수가 있다고 한다. 초과세수가 과다하게 발생해 이 재원으로 재난지원금을 준다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말이 되는가? 이 어려운 시기에 초과세수라니? 흉년 때 나라가 백성들의 곡식을 많이 가져간 것과 무엇이 다른가? 노무현 정부가 개혁 입법이라는 명목으로 입법 폭주를 하다가 넘어졌는데 이 정부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실력이 없음을 인정 못하는 것 같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세금 올리고 거래 차단하면 부동산이 잡힐 것이라는 그 대책은 정말 웃을 일이었고, 도무지 의아하기 만한 정책이었다.
- 당 대표의 행보가 파격적이다. 아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한다. 요즘은 사무실에 앉아서 사람 만나면 되는데 오히려 예전의 삶보다 더 편하다. ('지하철 타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텐데'라고 물어보니) 서울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근하는데 예전부터 출퇴근하면서 많이 봐온 사람들이 많다. 다 알고, 익숙하기 때문에 새롭게 인사하면서 사진찍자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것처럼 대선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보는가?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와 다르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당 대표가 대중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내가 방송도 많이 해보고 해서 소통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본다. ('대변인 공개 오디션도 화제인데?'라고 물으니) 새로운 일은 아니고 바른미래당 시절에도 했던 것이다. 그 때는 기획자로 참여했고, 지금은 당의 대표로서 넓은 범위의 역할을 한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사실상 대권 선언을 했다. 어제 첫 등판 장면 평가한다면?
▶당연히 정치를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정치는 하기 시작하는 시점에는 고독한 고민이 많이 뒤따르고, 일단 정치를 하기로 결정한 뒤로는 스킬을 습득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맞아가면서, 실패를 거듭해가면서, 배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윤 전 총장의 어제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것 같나?
▶정치는 상식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당연히 빨리 들어올 것이다. 만약 그 반대로 그가 생각한다면 상식에 기반한 판단이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4번 달고 나간다고 한 적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틀린 가설이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어떻게 되가나'라고 묻자) 안 대표가 합당을 안 할 것 같은 인상은 못 받았다. 그래서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이 난감한 요구 조건을 제시할 때 안 대표와 상의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당명 변경 요구를 하는데 당명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의아했다. 잘 되는 고깃집 간판을 왜 내리나? 이해가 안 간다.
- 8월에 경선 버스 출발한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지금도 유효하나?
▶예정대로 출발한다. 윤 전 총장이 들어오든, 그렇지 않든,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버스 시간 조정은 안 된다. 버스에 탄 다른 손님들의 권리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사실 8월도 늦고 7월부터 들어와야 한다. 합리적인 선에서 그래야 한다.
- 29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대선 과정에서 특별한 직책을 부여하나?
▶그냥 소통하는 수준의 얘기를 나눴다. 대선 승리 얘기도 나왔다. 어떤 자리를 드린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맡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무슨 직을 맡는지가 의미 없는 분이다. 그분과 일을 같이 했고 큰 선거 경험이 많은 분이어서 앞으로도 소통을 하겠지만 상왕으로 모신다는 것은 아니다. 그 분도 잘 안다. 내가 그 분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것을. ('유승민 전 의원과의 관계는?'이라고 묻자) 이번 당내 인사를 보라. 계파 논란 때문에 유승민계가 능력이 있어도 빚을 보지 못했다.

- 외부 주자들과 달리 당내 기존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높지 못하다. 외부 신진의 약진? 검증된 당내 후보들의 선전? 어느 것이 바람직할까?
▶기존 주자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좋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 문법에 대한 비토가 상당히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는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반드시 잘하는 것이 아니다. 이슈 발굴, 그리고 이슈에 대응하는 실력이 있으면 된다. 신진들이 정치할 때 부족한 부분은 당이 메워줄 수 있다. 그들을 조력하는 자원이 당내에 충분하다.
-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팔공산 논쟁' 이 있었다. 어떤 의미였나?
▶우리 당이 현실에 안주하는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 대구경북에서는 공천만 받으면 본선에서 대부분 승리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어려운 산이 정말 많고 이 어려움 속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의정활동 경쟁력이 실제로 약했고 때문에 많은 중진들이 공천을 못 받기도 했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하고, 안이한 기득권도 깨트려야한다. 그렇다고 대구경북 의원들에 대해 당직 배제라든가, 부정적 조치는 전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분들이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대구에서 오래 머물렀는데 어떤 얘기를 많이 들었나?
▶아버지가 대구 출신인데 이제 알았다는 얘기도 들었고, 내가 내세우는 담론이 각광받는 현장도 목격했다. 대구경북은 이 지역에서 배출한 대선주자가 없는 것을 아주 이상하게 생각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어떤 지도자상을 만들어보려 한 것 같다. 아버지 고향이 대구여서 문화적으로 대구경북에 가깝다고 볼 수 있기도 하겠지만 나는 서울 사람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해 정치에 입문했는데, 문 대통령을 곧 만나면 사면을 건의할 생각이 있나?
▶박 전 대통령에게는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현재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을 만나도 사면을 얘기할 생각은 없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탄핵은 정당했지만 형사재판에서 형량이 과하다는 말은, 혹시 문 대통령이 물어보면 해줄 생각이다.
-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공직 자격시험을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시험 치러야한다. 우리 당원 중 출마자들에 대한 역량을 최소 기준선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방의회 계시는 분들 중에 이런 최소한의 능력이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훌륭한 변화가 올 것이다. 그러나 시험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는 열려 있다. 여유 있게 고민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단체장은 지방의회 의원들과 잣대가 다를 수 있다. 지방의회와 행정에 대한 기대치는 또 다를 수 있다.
-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나오고, 김종인 전 위원장도 권력구조 개편을 전제로 한 개헌 얘기를 많이 하는데?
▶대선 국면에서 개헌 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와 찬성으로 갈릴 수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함께 할 수는 있다. 내각제 얘기도 나오는데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 4년 중임제 말고는 권력구조 개편 개헌안은 받지 않을 것이다. 내각제는 의회 중심인데 국회가 불행하게도 신뢰도가 가장 낮은 집단이다.
- 정치한 것 후회 한 적은 있나?
▶후회 안 한다. 그리고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어릴 때 꿈은 지하철 기관사였고 철들고 나서 꿈은 프로그래머였는데 프로그래머 못 된 것은 아쉽기도 하다. 정치를 만약 그만둔다면 프로그래머를 할 것이다. 처음 당 대표 선거 도전할 때 나는 3등 안에는 무조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1등으로 여론조사가 나오니까 꽤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았다. 내가 원래 감을 잘 잡는다. 결단력도 있어야하는데 결단력은 타고 나는 것이라고 본다.
- 국가경영에 대한 꿈은 갖고 있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일부는 경쟁에 매몰된 냉혹한 경쟁주의자라는 비판도 하는데?
▶국가 경영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두를 일이 없다. 외교, 국방, 안보에 대해 많이 알아야 국가경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쟁주의자라는 비판도 하는데 경쟁주의가 나쁜 것인가? 경쟁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을 비판해야지, 경쟁하는 것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경쟁에 대한 나의 주장이 맞다고 본다.
◆이준석(36)
서울과학고등학교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컴퓨터과학 학사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교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바른미래당 서울특별시당 노원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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