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과학 / 리디아 덴워스 지음 / 안기순 옮김 / 흐름출판 펴냄
우리 인간들은 각기 다른 존재일 수 있지만 생리적인 면에서는 마치 비단실로 한데 묶인 것처럼 깊이 연결돼 있다. 사람들끼리 유대관계가 좋으면 우리는 커다란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고 유대관계가 나쁘면 우리는 비참해져 때로는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최근의 건강분야 연구에 따르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도가 혈압과 면역세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책은 뇌과학, 진화생물학, 사회생물학 등을 근거로 밝혀진 광범위한 인간적 유대의 생성과 진화적 필요성에 대한 기록이다.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은 개인을 보호하는 성향을 보일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은 사람일수록 감기에 강했고 항바이러스와 관련된 몇 가지 척도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심지어 사회적으로 잘 통합된 사람의 수명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젖먹이 아기 때 형성되는 애착은 평생을 지배하는데 노련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기술, 즉 타인과의 유대(우정)를 잘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술을 갖춘 사람은 생존과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런 기술은 자연선택에 따라 다음 세대에까지 전해질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정은 생애 주기에 따라 변하지만 늘 삶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취학 전 아동에게는 친구사귀기가 성공적인 사회화의 기초가 되고, 사춘기 때는 또래 친구들의 영향력이 부모의 그것을 능가하며,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시기에는 잠시 친구에게 소홀해지기 쉽지만 중년이 지나면서 다시 친구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80세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50세 때 자신의 인간관계에 얼마나 만족했는가에 달렸다. "60세가 넘으면 배우자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다"는 책 속의 명제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 싶다.
책은 또 늘 동물연구에서 수컷들만 연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모계중심 사회인 개코원숭이와 히말라야원숭이 사회에서 수컷들의 공격성 못지않게 암컷들의 '돌봄의 본능'이 보편적으로 존재함을 입증하면서 혈연이 아닌 구성원 사이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유대의 힘과 작용을 밝히고 있다.
어쨌든 타인과 강력한 유대를 맺으려는 욕구에서 태어난 우정은 진화의 산물로서 유전자가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되는 경향이 짙고 우리의 뇌도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는 점도 드러났다.
결국 '멋진 삶의 비결'은 이타주의적 관계를 최적화하는 선택이 쌓임에 따라 수명 길이와 삶의 행복도 그만큼 쌓여 간다는 걸 알게 해준다. 44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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