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유영수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민주주의를 도입했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권위주의 문화는 아직도 여전하고 산업의 쇠퇴, 주변국의 부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좋았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나라가 됐다. 이 책은 일본을 막연히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우리의 편견이며, 어째서 일본이 정체와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Part 1. 일본은 선진 법치 국가일까', 'Part 2. 개인이 보이지 않는 사회, 일본'에서는 그동안 '선진 법치 국가'라고 생각했던 일본의 사법제도와 사회 분위기를 날카롭게 해부하면서 갈수록 집단주의적인 분위기에 함몰되는 일본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일본은 근대 초 서구 국가들과 같은 선에 서기 위해 근대적인 사법제도를 도입했지만, 어디까지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고 제도는 철저하게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민주주의가 도입됐어도 전 근대적인 악습은 단단했다"고 진단하면서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한 결과, 일본의 시민사회는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Part 3. 일본 정치는 왜 정체되고 있을까', 'Part 4. 뒤처지고 있는 일본주식회사'에서는 우리가 선망해온 '민주국가'이자 '경제대국' 일본의 쇠퇴를 차근차근 살펴본다. 저자는 일본은 1945년 이후 민주화돼 아시아 주변국에 비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받았고 경제적으로도 성장해 풍요를 누려왔지만 민주주의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고, 경제도 정체 상태에 들어섰다고 설명한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폐색감'이 짙어지는 일본 사회가 보다 민주적인 방향으로 쇄신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Part 5. 일본은 문화 선진국일까'에서 세계적인 거장을 배출하며 명성을 날리던 일본 영화계는 위축된 지 오래이고, 1990년대 문화를 선도했던 일본 드라마 또한 과거의 성공 법칙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서점가에는 혐한(嫌韓)·혐중(嫌中) 서적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혐한 특집 코너까지 마련되어 있는 데서 일본의 문화적 다양성이 크게 떨어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끝으로 "이웃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식민이라는 역사적 경험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긴밀하게 얽혀 있는 우리에게 일본은 늘 발전의 모델이었다"며 "하지만 우리 역시 같은 굴레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과 진보가 아니라 쇠퇴와 정체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29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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