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캐러멜!(곤살로 모우레 글/ 페르난도 마르틴 고도이 그림/ 배상희 옮김/ 주니어 김영사/ 2019년)

모로코를 여행한 적이 있다. 모로코의 대표 도시 카사블랑카는 영화에서만큼 눈부셨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나를 압도했다. 그렇게 모로코는 내 머릿속에 한없이 낭만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사하라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마저도 감미로웠다.
하지만 다른 민족을 억압해서 쟁취한 잔인한 역사를 간직한 나라인 줄은 '안녕, 캐러멜!'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알제리 사하라 사막 난민촌에 사는 사하라위족. 내게는 그렇게 감미로웠던 모로코의 침략에 사하라위족은 이제 이 세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억압받는 민족 중 하나로 남았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관심도 가지지 않는 이름이었다.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았던 지역을 뺏기고 난민으로 태어나 난민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하라위족 사람들. 그곳에서 태어난 소년 코리.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입으로 말을 뱉을 수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아픈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다가온 작은 선물, 아기 낙타 캐러멜. 그들은 서로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가 되었고, 소리 없는 세상에 살던 코리는 캐러멜을 통해 차츰 세상의 언어와 소통하게 된다.
스페인 작가인 곤살로 모우레는 힘없고 장애를 가진 소년 코리를 통해 난민들의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사하라위족 난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좋아서 해마다 난민촌을 방문한다고 한다. '안녕, 캐러멜!'은 그 속에서 만난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실화로도 유명하다.
난민 소년 코리는 캐러멜을 만나고 마음속의 생각을 나누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입술을 읽어 말을 배우듯 코리는 캐러멜의 우물거리는 입을 읽으며 시를 써 내려갔다. 캐러멜과 마음을 나누며 그 누구도 뱉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언어들을 코리는 쏟아냈다. 힘없고 약한 두 존재는 서로를 의지하고 마음으로 소통하게 된다. 그렇게 그 둘은 그들만의 작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간다.
코리와 캐러멜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이 척박한 땅에서 점잖은 어른들과 어른들이 만든 규칙, 희생, 제물, 상처 주는 행동 등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세상을 꿈꾸었다. 코리는 머릿속에서 꾸던 꿈을 이루기 위해 제물로 바쳐질 캐러멜과 함께 쉬지 않고 길을 떠났다. 그들만의 세상으로.
내 생명이 꺼진다고/ 눈물짓지 마./ 우리가 함께 산 날을 생각해./ 난 죽음을 받아들였어./ 난 너의 기억을 안고/ 하늘의 초원으로 가는 거야.// 네가 사는 동안/ 난 항상/ 너와 함께 있을게.// 넌 아직 알 수 없지만/ 네가 밤을 맞으면/ 너도 그것을 / 이해할 거야.// 작은 코리. 내 하나뿐인 친구…….(79쪽)
캐러멜의 마지막을 혼자 보낼 수 없었던 코리는 캐러멜의 숨이 멎을 때까지 그의 읊조림을 받아 적는다. 마음을 나누던 두 영혼은 이별 앞에서도 끝까지 당당히 맞섰다. 코리에게 캐러멜은 이 억압받는 세상을 견뎌낼 수 있는 최소한의 선물이었다. 절망적인 삶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나선 코리를 통해 어쩌면 작가는 사하라위족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권영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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