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부겸 "총리가 마지막 공직…갈등 해결 플랫폼 만들 것"

입력 2021-06-29 15:31:20 수정 2021-06-29 19:14:42

총리 취임 한 달 단독 인터뷰…"통합신공항 특별법만 고집하지 말고 구체적 국가 지원 방안 요구해야"
이건희 미술관 원칙 내달 공개 예정…李·朴 전 대통령 사면 국민 공감 우선
달빛내륙철 '4차 철도망' 반영에 일조
대구경북 미래먹거리 찾기 위해 도움…과거처럼 싸우는 틀에 머물러선 안돼
우리 세대, 다음 세대 위해 고민할 때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무성 객원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무성 객원기자.

여유 한편으로 절박함 같은 게 엿보이는 분위기였다. 취임 2개월째를 맞은 김부겸 국무총리는 일요일에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는 등 긴박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총리가 공직으로는 마지막 자리'임을 재확인하고, "제 경험, 지식 다 털어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정 2인자로서 소명의식이 느껴졌다. 또 당청에 휘둘리지 않고, 부처를 완전히 장악해 '성공한 총리'가 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김 총리는 지역을 향해선 "장기적으로 대구경북에 다음 세대들을 위한 미래 먹을거리 고민, 내용을 더 갖췄으면 좋겠다"며 "그런 쪽에 투자를 많이 해야 젊은 친구들이 수도권으로 몰려오지 않더라도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아무런 준비자료 없이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취임 2개월째다. 어떤 시간이었나?

▶이 자리는 우리 사회 곳곳의 여러 가지 갈등을 조정하는 업무가 제일 큰 거 같다. 각 부처가 서로 입장이 곤란하면 총리실에 업무를 맡기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총리실로) 온다. 갈등이 있는 곳이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달려가서 이야기를 듣고 소통을 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라는 '구원투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하고, 감당 못 할 일들은 다음 분들이 이어가서 해결할 수 있도록 갈등 해결의 건강한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제가 할 일이고 각오다. 무거운 짐을 메게 됐는데 그만큼 경험과 지식을 다 털어서 역할을 하려고 한다.

- 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실현을 위한 방안은?

▶우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보수층, 경제계, 정치적으로는 제1야당 아니냐? 그래서 그분들하고 부지런히 만나야 한다. 만남의 계기를 자꾸 만들고 있다.

경제계의 경우 긴급한 현안에 대해 정부 정책 중에서 조금 모호한 것들도 있을 수 있다. 현장에서 잘 안 맞는 거 이런 건 조금이라도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필요하면 수정도 하고 할 작정이다.

범보수층은 그분들이 갖는 정권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근거로 하면 보수·진보를 떠나서 대한민국을 망치는 것이라는 호소를 드리고 싶다. 제1야당에는 설명할 수 있는 자세를 보이려고 하고 있고, 각 부처 장관에도 요청했다.

청년들한테 새로운 비전을 못 만들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은 부족함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와 여야가 국민의 뜻에 따라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게 가장 희망하는 것이다.

- 이념, 지역, 빈부로 갈라진 데다 최근에는 젠더 갈등이 불거졌는데?

▶세대하고 젠더문제는 우리 사회가 상당 부분 서로 간에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토론과 성숙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하루아침에 정책 한 두개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경제적인 양극화가 깔려있다. 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최근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행보를 봐도 오히려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답답하고 고민하는 것, 그걸 넘어서서 정말 청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 청년들도 자기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로 읽고 있다.

- 코로나19 극복이 최대 과제다. 언제면 일상으로 돌아가겠나?

▶1차 접종이 현재 약 30% 됐는데 2차 접종까지 완료하는 시점은 11월 중순 정도까지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변수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1년 반 동안 견뎌주신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 모두 마스크를 써주시는 것과 같은 개인방역수칙이 흩어져서는 안 된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나라 전체를 위해 끝까지 국민 개개인의 협조가 절박한 부분이다.

-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가 관심이다.

▶기본적으로 초과세수 32조원하고 지난해 집행이 안 된 금액까지 하면 총 재원 규모는 35조원이 될 거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다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15조원 정도는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럼 20조원 내외가 남는데 그걸로 백신을 사야하고, 손실보상법을 만들 정도로 국회가 절박하게 요구한 소상공인, 자영업, 제한‧금지‧위기 업종 지원도 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법상 일부라도 국가 빚을 상환해야 한다. 그리고 남는 걸로 재난지원금을 진행하는 거다. 전 국민에게 다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아니면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지 그러더라도 최하위, 차상위층 분들은 더 지원해야 되는 거 아닌지 이런 문제가 남는데 전 국민한테 줘라, 제한하자 이런 논쟁은 오히려 본질을 벗어난 거다.

- 지난번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부동산 정책을 훔쳐서라도 갖고 오고 싶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인가?

▶정부의 부동산에 대한 입장 자체가 쉽게 흔들려선 안 된다. 확실히 공급을 확대하겠다. 공급 확대를 위해 여러 가지 절차, 과정, 대상지를 확실히 계속 진행하고 투기 이익을 가져가는 건 어떻게든 막도록 하겠다.

그리고 생애최초 구입자, 신혼부부, 청년층을 도와야 한다. 소위 '빚투'로 부동산에 뛰어 드는 걸 막기 위해 DSR(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40년 장기 모기지, 40년 동안 나눠서 갚는 방식 등의 부동산 정책 세트도 있다. 이건 흔들릴 이유가 없다.

- 경제부총리, 해양수산부 장관 등 개각 관련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행사할 의향은 없나?

▶모처럼 이제 안정적으로 돼서, 지금 개각이나 이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건 고려해야 될 부분들이 있을 듯하다. 적절한 시점이 아닌 거 같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도 끊임없이 거론된다. 입장은 무엇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할 계획은?

▶사면이 진정한 국민통합에 이바지하기 위해선 국민 공감대가 전제돼 한다는 대통령 말씀에 저 역시 동감하고 있다. 두 분의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 역할은 대통령께서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시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고 대통령께 전달해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대한 지역 관심이 뜨겁다. 대구는 삼성가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미술인구와 수요가 많은 반면 공공미술관 인프라는 크게 부족하다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문화 분권 차원에서도 대구 건립 당위성이 큰데 총리 의중은 어떤가? 어떤 기준과 근거로 진행하고 있나?

▶이건희 미술관의 성격과 방향에 대해 전문가 자문단의 의견을 듣고 있다. 7월 초에 '기본원칙 및 주요방향'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건희 미술관 설치는 기증 취지, 미술계 의견 등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 성주 사드기지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되면서 지원 사업들이 표류하고 있는데?

▶절차를 안 밟고 있는 건 아니고 하고 있다. 지원 문제가 성주군이 기대하는 규모 등 부분에 있어 서로 이견을 좁혀야 하는 게 있는 거 같다. 어떻든 간에 지역민들이 느끼는 피해의식과 같은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응답을 해야 한다.

다만 사드배치 자체가 결국 동북아시아에 있어서의 군비경쟁을 촉발한다든가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현재 지역에서 자꾸 마찰이 일어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대구 취수원 다변화 등을 포함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이 지난 24일 의결됐다. 평가와 향후 대책은?

▶주민동의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이제 1차 관문을 넘었다고 보면 된다. 오랫동안 끌었던 건데 대구와 구미 간에 서로 이 문제를 어떻게 주민들이 납득할 만큼 조정해내느냐는 문제가 있다.

-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영일만대교 같은 지역숙원 사업이 산적해 있다.

▶(통합신공항은) 막연하게 특별법만 고집하지 말고 대구시가 지금 진행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걸림돌인지 명확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막연하게 타 지역은 해주는데 왜 안 해주냐는 그런 논리로는 이제 못 푼다. 특히 수도권이 압도적인 의회 수를 가지고 있는 이 의회 구성에서는 문제를 못 푼다. 통합신공항이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니 군공항이전특별법 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 국가 지원을 기대한다거나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

김 총리는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건설 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선 "그동안 영호남 지역민들의 사업성사에 대한 주문이 많아 강하게 푸시했다. 위원회에서 자꾸 경제성분석만 가지고 만지작거리고 있어서 걱정했는데 최종적으로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결국 정부가 29일 발표한 4차 철도망 계획에 막판 반영돼 첫발을 떼게 됐다. 김 총리가 지역현안과 관련해 중립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물밑 역할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현재 추진 상황은?

▶수도권 인구 및 산업 집중도가 50%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추가이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추진과정에서 갈등소지가 많았고, 시일이 많이 소요된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선행하고, 추가 이전의 추진동력을 얻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

- '정치인 김부겸'은 이준석 현상을 어떻게 보나?

▶기성정치권이 우리문제를 해결해주는데 무능하거나 무책임하다고 봤던 민심이 바로 30대 제1야당대표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특히 상당부분 그 에너지는 결국은 기득권이라는 것에 함몰된 부모세대 전체에 대한 청년들의 강한 질책이라고 본다. 그래서 행정도 과거해왔던 방식이나 규제만 만지작거려선 안 된다. 새로운 변화와 흐름을 받아들일 각오를 하자고 공직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 인사청문회에서 총리가 마지막 공직이라고 했는데 진심인가?

▶그렇다. 정치를 30년 이상 해왔다. 이제 저희 세대가 메고 가던 과제가 더 이상 세상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틀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저의 역할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제가 지금까지 배워온 여러 가지 지혜들, 경험들, 관계망들 이런 것들을 여기다 올인해서 국민들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그 이상은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다. 한 인간으로서도 매듭을 지을 때가 됐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의식과 고민 문제해결 능력이 현재 젊은 세대들이 요구하는 걸 감당 못 한다. 근데 계속 자리나 차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 대구경북 공식 방문은 언제?

▶다음 주 쯤 찾을 계획이다. 다른 지역들을 가보니 미래먹거리를 찾아서 몸부림치고 움직이는 게 보이더라. 그리고 교육, 연구, 신사업에 대한 걸 엮어낼 수 있는 토대가 없을까 보고 싶다. 대구경북을 찾아 대구시와 경북도가 어디에 가장 중점을 기울이는지 보고 중앙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뭔지 찾아보겠다.

김 총리는 "매일신문 독자들께 요청 드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 세대들이 다음 세대들을 위해 지금은 조금 큰 그림을 고민하고 그려야 할 때 입니다. 과거처럼 그 틀 내에서 대결하고 싸우고 하는 그 틀에서 머물러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김부겸(63) 국무총리

- 경북 상주 출생

- 경북고·서울대 정치학과·연세대 행정대학원

- 행정안전부 장관

- 제 16·17·18·20대 국회의원

- 더불어민주당 제 19대 대통령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

- 민주통합당 제 18대 대선 선대위 상임 선대본부장

- 열린우리당 원내수석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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