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EBS는 '발견의 기쁨, 동네책방'이라는 타이틀로 김훈, 김탁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들이 전국 각지의 동네책방을 찾아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시기에 한창 여러 방송사에서 다양한 포맷의 '책 읽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책에 담긴 인문학적 성찰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동시에 재미까지 더해 시청자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이 때 즈음해서 동네책방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필자는 13년차 사서이자, 사서부부다. 함께 이곳저곳 여행할 때마다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바로 그 지역의 동네책방이다. 동네책방은 공공도서관이나 대형서점과 비교되는 소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사람냄새가 난다. 책을 매개로 함께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인 것이다. 얼마 전 떠난 제주여행에서도 어김없이 동네책방을 들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제주도의 가장 서쪽, 산방산 자락의 한 책방은 담쟁이 넝쿨이 창을 둘러싼 외할머니의 옛집을 생각나게 하는 너무나 멋진 곳이다. 드르륵 열리는 문소리마저 정겹다. 제주의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하는 여유도 느낄 수 있다. 남원읍에서 들른 동네책방은 주인 부부가 세계여행을 하며 수집한 차와 소품, 그리고 여행 책들로 가득한 책방지기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서점 바로 옆에는 세계 각국의 연필을 모아 놓은 가게가 함께 자리해 있는데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좋아하는 책을 필사해 보는 멋진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책방지기와 두런두런 나누는 담소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경험 또한 멋지다.
이처럼 동네책방은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낭독회, 필사, 독서 모임 등의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취향대로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발견의 기쁨을 느끼고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통해 위로를 얻는다.
"대형 서점이 동맥이라면 동네책방은 출판계의 모세혈관이다." 소설가 김영하의 말처럼 동네책방은 출판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2020 독립서점 현황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독립서점 업체 수는 5년 새 6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대형서점과 비교할 때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는 동네책방은 '개성'이 무기다. 작은 공간에 터를 마련하고 저마다의 고유한 콘셉트를 가지고 운영되어 먼 거리에서도 그곳을 찾을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준다.
필자가 근무하는 도서관에서도 도서관 밖 도서관 '안녕, 동네책방'이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동네책방과 함께 하는 전시, 토크 콘서트, 탐방, 독립출판물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과 동네책방이 더불어 자라갈 모습이 기대된다. 따뜻함과 연대를 함께 지니고 있는 동네책방의 매력에 모두가 빠져보길 바라며, 오늘도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동네책방으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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