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지방 분권과 지역 문화의 힘

입력 2021-06-30 11:39:18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올해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고 국가 행정이 정상화돼 시민들이 주인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처음으로 시행되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30여 년간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1991년 구·시·군 의회 선거와 시·도 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이 제도가 새롭게 부활된 후 1995년에는 기초의회 의원과 단체장, 광역시도의회 의원과 단체장 선거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특히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4대 최상위 국정 목표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태 등은 지역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지방분권은 국가의 권한과 책임을 지역(지방)에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러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정책이 체계적으로 이어져 왔다면 과연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까?

지방분권운동의 1단계로 시행 중인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이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재정 분권에 따른 지방 소비세율 조정 정책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을 통해 지역에 핵심적인 가치와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 자치'는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적 자생력과 자율성의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 분권'의 경우,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문화 정책에 대한 다양한 권한과 문화 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재정 및 집행 권한 등이 아직 지방정부에서 단계적으로 이양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전히 행정에서 중앙 정부 중심의 수직적 전달 방식에 변화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수평적이고 협력 관계로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 기관과 기관 등의 협력 관계와 협력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해 나간다면 진정한 문화 분권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야말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길이고,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게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지방의 위기는 곧 나라 전체의 위기이다. 활력과 경쟁력 있는 지역을 가진 국가만이 21세기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지역 문화의 힘은 진정한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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