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덕군 강구항이 빤히 보이는 뒷산.
길도 없이 우거진 숲속을 두어 시간 헤집다
눈매가 닿은 숲에서 괭이질이 시작됐습니다.
누가 봐도 약초꾼인데 찾는 건 비닐 쓰레기.
꼬깃꼬깃 삐져나오는 과자봉지에 탄성을 지릅니다.
1976년 산 '뉴 뽀빠이', 1981년 산 '삐삐'.
롱스타킹에 주근깨가 가득했던 말괄양이 소녀도
시금치만 먹어도 불끈 힘이 솟던 뽀빠이 아저씨도
40년도 넘은 땅속 세월인데 그때 그 모습 그대롭니다.
어찌 저리 색 하나 바래지 않았을까요.
산에서 들에서 추억을 발굴한다는 이이교씨(44).
설마해서 따라 나섰는데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
'비닐'은 묻혀 있을 뿐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흙투성이일 뿐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수년 전 봉화 폐교에선 빵 봉지가 쏟아졌습니다.
1972년 개교 무렵 10원짜리부터 200원짜리까지
마룻마닥 아래엔 빵 봉지 '은하수', '팔도강산' 이
배고프던 학창시절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건 과자봉지였습니다.
안동, 영덕, 고향 울진 폐광지역은 물론
인천 영종도· 경기 파주· 제주· 강원 두매 산골에서도
캘수록 '대구 산(産)' 과자봉지가 쏟아졌습니다.
맛동네·꽃동네·맛달래·맛진짜·맛풍년·새풍년….
하나같이 1975년생 '맛동산'을 따라했지만
모두 '메이드 인 대구'. 감칠맛이 원조 못지않았습니다.
동인·동성·동신·경신·경상·국일·로얄·통일제과….
과자봉지에서 확인된 대구의 제과 업체만 57곳.
1970년대 대구는 '과자 도시'였습니다.
비닐봉지를 찾아 다닌지 언 10년.
월급의 절반을 산에 길에 뿌렸습니다.
지금까지 캐낸 것만도 1만여 종에 5만여 장.
과자·빵·아이스크림·사탕·라면 없는게 없습니다.
씻고 펴고 다린 '구슬'를 세월따라 액자로 꿰니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 7080 근대유산이 됐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을 영원한 땅속 쓰레기 비닐봉지.
그때는 몰라도 이제는 안된다고, 여지껏 썩지 않았다고,
세월을 훌쩍 넘어 되돌아온, 내가 버린 비닐봉지.
그래도 유년의 추억이 깨알 같은, 반가운 과자 봉지.
짱구,손오공,자야,딱다구리,차돌이,설까치,주먹대장….
그의 시골집엔 옛 친구들의 나들이 체비가 한창입니다.
"과자 도시 대구서 7080 과자박물관을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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