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Insight] 내년 6월에는 호국영령 모독 없기를

입력 2021-07-01 06:00:00 수정 2021-07-01 06:09:10

문재인 대통령, 타임지에 김정은 칭송하면서 6·25 기념식에는 불참…내년 호국보훈 공감하는 새 정권 탄생 기대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타임지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을 칭송하는 등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망언이 잇따랐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6·25 71주년 전쟁 상기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타임지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을 칭송하는 등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망언이 잇따랐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6·25 71주년 전쟁 상기 '백선엽 장군 1주기 추모 행사' 모습. 대구시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지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지키고 보호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숭고함을 기리고자 정부가 지정해놓고 있다. 1950년 발발한 6·25 전쟁의 비극과 이로 인한 분단과 갈등의 상처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기에 우리 국민은 6월을 경건한 마음으로 보낸다.

기자는 6월이면 시간을 내 선친이 잠들어 있는 경북 영천의 호국원을 다녀온다. 선친은 한국전쟁 당시 육군 6사단 소속으로 압록강까지 갔다가 중공군에 밀려 후퇴하면서 폭격에 허리를 다쳐 의병 제대했다. 돌아가시기 전 선친은 수시로 울산에서 차가 왔느냐고 물었다. 울산은 전쟁 때 선친이 후송된 병원이 있는 곳이었다.

이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국민은 많을 것이다. 6월이 이젠 국민 다수에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겠지만 먹먹해지는 가슴을 달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부터 6월이 되면 어김없이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망언이 나오고 있다. 6·25 전쟁의 교훈을 망각하고 침략 전범인 김일성 일가의 세습 독재자들을 떠받드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호국영령 모독을 넘어 국가 안보를 뒤흔드는 위험한 일이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망언을 내뱉고 있어 더 안타깝다. 문 대통령은 최근 6·25 남침 71주년을 앞두고 보도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다. 국제 감각도 있다"고 했다. 이 인터뷰에는 "김정은이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는 내용도 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깊이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모르고 타임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몇 차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 김정은에 대한 단순한 평가이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미화로 보고 싶다.

김정은은 정권을 세습한 뒤부터 노동당대회 등을 통해 핵잠수함과 전술핵 개발을 지시했고, 북한은 남북과 미북 회담 중에도 쉬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했다. 정권 안정을 위해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과 이복형인 김정남을 냉혹하게 살해한 사실은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타임지는 인터뷰 기사에 '김정은은 냉혈한'이라며 이를 부연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의견이다. 타임지는 유엔 자료를 인용해 북한 주민에게 고문과 통제 등을 지속하고 있다고도 했다.

타임지 뉴스를 접한 국민 다수는 참담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이 무지한 것인지, 실체를 알고도 미화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할 말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정은 눈치나 보는 한심한 인간'이란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핵 위협을 이어가는 북한에 대한 장밋빛 환상은 둘째 치더라도, 6·25를 앞두고 수백만의 사상자를 낸 전쟁의 원흉인 북한의 지도자를 마치 성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순국선열과 유가족, 후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정작 지난달 25일 6·25 전쟁 7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가 취임 후 6·25 전쟁 기념식에 참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지난해 그는 기념 연설에서 생존 참전용사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북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며 평화를 부르짖어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때는 김원봉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추념사에서 광복군에 참여한 김원봉을 거론하며 "통합된 광복군은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밝혀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원봉은 북한 개국공신이자 김일성 훈장을 받은 인물로 국민 정서상 존경받는 독립운동가로 볼 수 없다.

이런 움직임은 문 정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열린 제16회 제주포럼 '북한에 대한 이해 :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세션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은 절대 왕조 국가의 군주 특성과 현대 기업 CEO(최고 경영자)의 자질을 겸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의 권력은 집권 초기보다 상당히 안정돼 있다. 지속 가능한 정권이다. 국가 운영방식도 과거 군사 국가에서 당과 내각이 주도하는 정상 국가로 이미 이행됐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물리적 통제나 개인숭배가 남아 있다는 전제 아래 "김정은 정권이 선대보다 인민 생활 안정을 중시하며 실용주의와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전 장관의 분석대로 김정은 정권이 정상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면 남북이나 북미 관계는 지금 해빙기여야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변화 조짐만 있을 뿐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포럼에서 공개적으로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다.

지난달 24일 병역거부 사유를 확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휴전 상태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김명수 대법원장 등 친정권 성향의 인사들로 대거 충원된 대법원은 2018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해 병역거부를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입영을 거부한 정모 씨에 대해 "반폭력주의와 반전주의가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고 실체가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이번 판결은 반전 시위 참여, 페미니즘 논문 등을 '양심'의 근거로 삼았는데, 법리적으로 '양심'을 어떻게 증명했는지 의심스럽다. 국가 안보를 위한 병역의무 헌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내년 우리는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 탄생한 정권 아래에서 6월을 맞이할 것이다. 내년 이맘때에는 보수. 진보 정권 가릴 것 없이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들을 모독하는 망언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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