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지순수 씨의 어머니 故 곽영순 씨

입력 2021-06-27 14:30:00 수정 2021-06-27 18:37:01

떠나기 2주 전 '가지 마'라고 하시며 눈물 흘리셨지요
열무김치 좋아하셨는데 요즘도 김치 보면 생각납니다

지순수 씨 모친 곽영순 씨가 웃고 있는 생전 모습. 가족제공.
지순수 씨 모친 곽영순 씨가 웃고 있는 생전 모습. 가족제공.

몇 해 전 이 계절에 그립고 그리운 사람과 소래포구를 거닐며 회를 먹던 기억이 가슴 한편으로 훅하고 들어오더니 눈물이 맺힙니다. ​그리운 이름 나의 어머니 곽영순!​

꽃 피는 이 좋은 계절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마음 속에 곱게 담겼습니다.​ 소래포구를 함께 거닐던 그 시간 이후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뀐 어느 날 아침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어머니의 부고. 2주 전 그날 창원으로 내려가는 나에게 병상에 누운 어머니는 아이처럼 '가지 마'라고 우셨습니다. 단 한 번도 멀리 떠나는 딸에게 눈물을 보이거나 잡지 않던 엄마였는데 바보 같은 나는 그 눈물이 엄마가 나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란 걸 알지 못했습니다.

하... 밥벌이가 뭐라고.

엄마와 저는 참 각별한 모녀 사이였습니다. 인천과 창원에 떨어져 지내서 아픈 엄마를 자주 찾아뵐 수는 없었지만, 주말이면 심야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엄마와 함께 엄마가 좋아하는 임진각으로, 대부도로 드라이브를 하며 칼국수도 먹었습니다. 아침이면 엄마 발도 씻겨 드리고 가려운 등도 긁어 드리고, 머리 염색도 해 드리고 했는데 엄마와 내가 이렇게 슬프게 이별할 줄은 몰랐습니다.

엄마는 오랜 당뇨와 암 수술, 혈압, 심장에 스텐트 삽입으로 하루에 먹는 약만 수십 알이었지만 삶에 대한 강한 의지로 돌아가시기 얼마 전 당뇨로 썩어들어가는 발가락을 절단하는 수술까지 용감하게 하셨습니다. 투석을 위한 혈관 삽입 수술과 장애인 택시 이용신청, 장기 요양 보험 등급까지 다 받아놓고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 버리셨습니다.

남은 건 엄마를 위해 새로 산 휠체어뿐. 투석하러 다닐 때 조금은 더 편안할 거라 함께 기뻐했던 순간도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어느 날 엄마와 침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때 무심코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나 죽으면 네가 양손에 만 원짜리 한 장씩 쥐여줘라. 저승 가는 노잣돈 없어서 못 가면 무서워서 어떡하니' 나는 입관할 때 곱게 화장한 엄마 두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씩 꼭 쥐여 드리고, 아직 식지 않은 엄마의 얼굴을 감싸 안고 겁내지 말고 편히 가시라 이야기해 드렸습니다.

엄마는 창원에서 산 열무김치를 참 좋아하셔서 집에 갈 때마다 꼭 사다 드렸습니다. 엄마는 늘 맛있다고 잘 드셨습니다. 요즘도 김치를 사러 가면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엄마가 6월이면 꼭 사셨던 매실도 시장에 자주 보입니다. 엄마가 해마다 담가 주셨던 매실 진액이 아끼고 아껴 먹었는데 이제 냉장고에 아주 조금 남았습니다. 아마도 더 먹지 못하고 오래 두고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든 엄마와의 추억은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 남겨져 있습니다. 비록 이별의 순간, 엄마와 나는 함께이지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가 그립고 엄마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꽃 같은 우리 엄마! 꽃 피는 계절은 다시 왔는데 한번 진 엄마 꽃은 다시 피지 않습니다. 그저 그리워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피어날 뿐입니다.

엄마! 예쁜 집 사서 함께 살자던 약속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그 약속 아빠에게는 지킬게요.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예쁜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고 계세요. 언제나 사랑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