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우리는 '격차'라는 말을 흔히 접하곤 한다. 격차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떠한 느낌을 받는가.
격차는 약간(?)의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신분 격차, 소득 격차, 빈부 격차, 학벌 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기업에서는 '초격차'라는 말을 하곤 한다. 경쟁 기업과 품질, 성능 면에서 초격차를 벌여 앞서 나간다는 뜻이며,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로 그 시장을 장악해 나간다는 긍정적인 느낌이 크다. 비슷한 말인데도 의미는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격차는 꼭 기업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교육 격차는 어떠한가. 문화 격차, 의료 격차 등등 모든 부문의 격차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가는 식당도 이름난 맛집은 코로나19 상황에도 여전히 손님이 줄을 설 것이다. 그들 식당은 일반 식당과 다른 '격차'가 있을 것이다. 맛, 가격, 접근성, 친절함 등등 이 중 하나라도 무언가 다른 격차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구미국가산업단지는 다른 지역과 어떤 격차가 있었는가. 3천600만㎡(1천100만 평)의 광활한 산업단지, 뛰어난 인적 자원, 통찰력을 지닌 CEO, 낙동강과 고속도로 요충지, 52년의 축적된 기술, 산업 평화 등등 구미만의 격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미만이 가진 격차가 점점 약화되며, 수도권과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구미산단에 입주한 많은 CEO들은 현장의 핵심 엔지니어나 마케터, 해외 영업가를 모집하려고 해도 대구경북에서는 충족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왜 그토록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가.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매출이 가장 큰 1천 개 기업 중 754곳이 수도권에 있으며 매출액으로는 86%를 차지한다.
K-반도체 벨트는 어떠한가. 2030년까지 5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보면 희망적이지만 지방 경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이미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과거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실패를 보면 명확하다.
반도체 사업부 협력업체 A사는 협력업체들 중 당사를 제외하곤 전부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제조 B사는 다른 경쟁사에서 왜 지방 공단에 있냐는 질문을 한다고 한다.
과거 기초지자체 중 수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구미는 2010년부터 아산에 1위를 내줬고 수출 격차가 점점 벌어져 지난해 아산의 수출 규모는 구미의 3배를 넘겼다.
비정상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만큼은 케인지언 정책에 입각한 큰 정부의 출현이 요구되는 것이다.
법인세 지방 차등제, 지방 공단 전기료 인하, 지방 공단 R&D 세액공제 대폭 확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우수 인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제2·제3의 구미형 일자리 협약,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연결망 확충, 대형 쇼핑몰 및 다양한 즐길거리 확충 등 무수히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다양한 부문의 리더들은 분명 느껴야 한다. 구미와 같은 지방 공단의 위치는 어디이며 수도권과의 격차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과거 52년간 대한민국 수출과 고용 창출에 지대한 기여를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구미산단에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 것인가를.
긍정적 격차는 벌리고 부정적 격차는 좁혀야 할 것이다. 구미산단 기업인의 입에서 '우리도 수도권 못지않아!'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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