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CEO] 김석 전문건설협 대구시회장 "상화로 하청 100%는 '기적'"

입력 2021-06-24 14:16:08 수정 2021-06-24 20:17:39

90% 요구에 100% 화답, "전문건설은 '지역 경제 하방 효과'로 보답하겠다"

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상화로 입체화 사업에 지역 하도급 업체를 100%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역 건설사에 유례없는 역사적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습니다"

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은 23일 상화로 입체화 사업의 주관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주)의 윤창운 대표와의 점심 자리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점심은 어떻게 이뤄졌나?

▶그날(23일) 오전 11시 시청별관에서 상화로 입체화 사업에 지역 하청 업체 참여율을 90%까지 해달라는 대구시 요구를 반영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식을 마친 뒤 점심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인근의 식당에 모였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윤 대표, 이홍중 화성산업 회장과 점심을 함께했다.

-나눴던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협약식에서 논의한 대로 지역 하청 업체 참여율을 90% 이상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야 전국에서 가장 길게 코로나19 한파를 겪고 있는 대구가 조금이라도 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했다. 권 시장은 특히 '오늘 협약식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면 시공사 선정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엄포(?)도 농담 식으로 건넸다. 이에 윤 대표는 "90%면 사실상 전부 다 준다는 건데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아예 전부 다 지역 업체에 몰아 주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모두 박수를 쳤고 그렇게 기정사실화됐다.

-100% 하청 약속에는 일부 조건이 있다고 하던데.

▶일단 하청 업체 전부를 지역 업체로 선정하는 기본에는 변함없지만 대구가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기술에 대한 사업은 하청받더라도 진행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대형 장비와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굴착 분야는 대구에서 감당할 업체가 없다. 또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터널 공사는 특허 기술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도 외부 기술이 투입돼야 가능하다.

-대구가 못하는 건설 기술도 있나?

▶전문건설업은 골재, 철근, 콘크리트, 내장재, 실내건축, 바닥 공사 등 18개 분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16개 분야는 대구 업체들이 시공 가능하다. 다만 할 수 없는 분야가 두 개 있는데 바로 수중 공사와 삭도(케이블카 공사) 부분이다. 수중 건설은 대구가 내륙 지역이어서 시장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관련 업체가 부재하고, 삭도 분야는 예전에 한 곳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이와 함께 전국 각지 업체들이 자신들의 특허 기술을 갖고 있어 특허 기술이 투입되는 현장에는 해당 업체만 진행 가능한 상황이다.

-밥이 코로 들어갈 정도로 의미 있는 일이었나?

▶지난해까지 대구에서 치러진 공사 가운데 지역 업체가 하청을 따낸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23일 치러진 협약식에서도 목표 수준을 최고로 잡아 90% 이상으로 한 것이다. 다소 무리라고 생각되는 우리 쪽 요구를 넘어 100% 하도급을 약속한 것은 지역 건설 역사상 전무한 일이다. 그동안 소규모 사업이나 관급 공사는 지역 업체에 몰아주는 경향이 있었으나 상화로 공사처럼 대규모인 데다 민간이 주도하는 한 사업에서 하청률 100%를 기록하는 일은 기적과도 같다. 밥이 코로 들어가도 좋았고, 안 먹어도 배부를 만한 일 아닌가?

김석 –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광역시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김석 –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광역시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상화로 사업이 향후 다른 지역 사업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화로 사업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앞으로 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에서 상화로 사업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권영진 시장은 100% 하청을 이뤄낸 이번 사업을 향후 치러지는 모든 지역 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지역 전문건설인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대구 전문 건설인이 갖고 있는 특유의 성실함과 기술력으로 보답해 나가겠다. 또 대구시협회에는 1천500여개 회원사가 있다. 이들 사업이 번창하는 만큼 코로나로 지친 대구 경제에 이바지하면서 '경제 하방 효과'를 극대화해 나가겠다.

-좋은 선례로 남기 위해 앞으로 숙제도 적지 않을 것 같다.

▶2017년 대구시회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연임(3년 임기)에 들어갔다. 연임 전 다른 분에게 양보하고 내 사업에만 충실하고 싶었으나 2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대구 지역 전문건설업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조금 더 봉사하겠다고 결심했다. 2년 전 처음으로 전문건설 매출액 3조원을 돌파해 지난해는 3조2천억원을 달성했다. 끊임 없는 매출 신장과 기술력 개발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

-구체적 방안은?

▶우선 원청 업체와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처럼 노사 대립으로 노조 파업이 비일비재해 버리면 원청과 하청 간 책임 문제 소지가 발생한다. 근본적으로 노조는 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손실 및 공기 문제에 대한 원·하청 간 긴밀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 또 전문건설업도 이제 직접 시공률을 높여야 한다.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이 파괴되고 외지 업체의 지역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전문건설도 하청에만 의존하지 말고 금액은 적더라도 원청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이 구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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