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CEO] <1>이민수 대영합섬 대표 "폐페트병 활용, 리사이클 브랜드 론칭 목표"

입력 2021-06-23 14:24:48 수정 2021-06-23 20:48:18

다관절 로봇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근로 강도, 불량률↓
친환경 섬유 가공으로 저변 확장, "지속 가능한 패션은 메가트렌드"
"폐플라스틱 수거부터 제품화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필요"

이민수 대영합섬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민수 대영합섬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섬유는 정말 '사양산업'일까?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 탓에 30여 년 전부터 그리 불리긴 했지만, 분명 섬유산업에도 미래의 먹거리는 있다. 자동차 내‧외장재나 필터 수처리용 필터 등 산업용 소재부터 최근 글로벌 이슈로 대두된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까지, 섬유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는 지역에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월드클래스 300', '글로벌 강소기업'과 '대구시 스타기업' 등 혁신적인 기술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섬유기업들이 즐비하다. 매일신문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대구 섬유기업의 CEO를 만나 이들의 기술력과 비전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역의 섬유산업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세계적인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인터뷰의 첫 주자는 대영합섬 이민수 대표다. 2011년 설립된 대영합섬은 원사(실)를 가공해 기능성을 부여한 특수 복합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섬유기업이다. 2016년 중기부 글로벌강소기업, 2019년 대구시 스타기업에 차례로 선정됐다.

코로나19의 큰 파고는 견뎠지만, 마음을 놓기엔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대영합섬은 어떤 방식으로 미래 동력을 확보하고, 또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지, 기업의 방향타를 설정한 이민수 대표를 만났다.

-대영합섬의 주력인 특수 복합사에 대해 설명해 달라.

▶특수 복합사는 크게 두 가지 공정으로 이뤄진다. 특성이 다른 두 가지 실에 공기를 주입해 실크 같은 부드러움을 내는 ITY(Interlace Textured Yarn)와 원사를 가연(섬유 다발에 꼬임을 주었다가 풀어주는 일)해 양모나 울처럼 벌키한 DTY(Draw Textured Yarn)가 있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은 드레이프성, 터치감, 유연성 등 고기능성을 부여한 복합사로 대부분 아웃도어, 여성복 등 의류용으로 쓰인다. 타사 제품과의 차별성을 들자면 생산 공정의 혁신을 통해 확보한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이 있다.

-생산 공정의 혁신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냈는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이다. 국내 섬유업계에서 드물게 다관절 로봇 5대를 이용한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성주 생산공장에 구축했다. 지난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추진한 사업인데,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포장·검사 라인의 공정은 대부분 로봇이 진행한다. 덕분에 생산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불량률은 더욱 줄었다. 특히 작업환경 개선으로 근로 강도가 기존보다 40% 줄었고 근로자의 근골격계 부상 우려가 사라졌다. 자동화 시스템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다. 많은 산업군이 첨단화, 자동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데 섬유업계는 아직 많이 느린 것 같아 아쉽다.

-대영합섬의 제품은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반응이 더욱 뜨겁다. 근래 수출실적은 어떤가?

▶2012년 이집트 수출을 시작으로 베트남, 아르헨티나, 독일 등 세계시장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코로나19가 심각하던 지난해 7월에도 멕시코와의 수출 길을 뚫었다. 현재는 매출액 중 70~80%가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려가 무한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도전을 피해선 안 된다.

-코로나19 여파와 해상운임 상승 등 수출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3월 코로나로 인해 전면 중단되었던 수출이 6월부터 해외서 오더 문의가 재시작 돼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해상운임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작년 6월 컨테이너 1기당 1천500달러 선이던 유럽향 운임은 올해 6월 1만달러 이상으로 폭등했다. 당연히 수출에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수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주시하는 분야가 있나?

▶최근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로 사업을 확장했다. 국내 원사 브랜드가 폐페트(PET)병으로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를 가공해 기능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지금은 유럽 시장을 겨냥해로 면처럼 부드러운 터치감을 내는 리사이클 가공사를 개발하는 중이다. 다양한 기능성과 감성을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 대영합섬만의 리사이클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친환경 섬유 시장의 전망은?

▶현재 섬유·패션업계는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에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것을 강조한다. 또 젊은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면,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의류를 만든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역의 섬유산업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리사이클 섬유는 무궁한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이템이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고, 대기업도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내놓는 등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리사이클 섬유는 월 600t 정도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이 제품화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제품화로 부가가치를 더해주지 못하면 그전까지의 과정은 단순 쓰레기 분리수거나 다름없다. 정부 차원에서 폐플라스틱의 수거부터 시작해 이를 제품화하는 것까지의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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