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시·수필 총 1,304편…강인한 의지와 따뜻한 인정, 여느 문학상 버금가는 수준
◆ 총평
"시니어의 경륜이 살아있는 데다 생을 돌아보고 표현해내는 발효 과정이 탁월하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매일시니어문학상이 응모작을 심사하며 내린 일관된 평가다. 시니어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경험을 녹인 필력은 여느 경쟁에 뒤지지 않았다.
매일신문은 제7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대상작으로 김옥순(필명 김아가다) 씨의 '분이'(논픽션)를 선정했다. 논픽션, 시, 수필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 심사에서 대상작 '분이'를 비롯해 부문별로 당선작 5편씩 선정했다.(당선작 및 당선인 6면)
지난달 8일 응모작 접수를 마감한 매일시니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이틀 뒤인 10일부터 예심에 들어갔다. 논픽션, 시, 수필 등 3개 부문에 접수된 작품 수는 총 1천304편. 부문별로는 ▷논픽션 49편 ▷시(시조 포함) 842편 ▷수필 413편이었다.
부문별 심사위원들은 기대를 넘어서는 수작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당선작에 선정되진 못했지만 일부 작품은 당선작으로 뽑아도 무방할 정도로 좋았다고 아쉬워했다.
이미영 수필가는 "응모작의 탄탄한 짜임새와 사유의 깊이에 매료되었다. 당선작의 수준이 여느 문학상과 다르지 않다는 평이 쏟아졌다"며 "세월의 풍파를 겪어온 시니어들의 삶의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같이 따뜻했다"고 전했다.
이인화 심사위원장도 "세파와 숙명을 이겨온 산업화 세대의 강인한 의지와 따뜻한 인정이 파란만장한 스토리에 담겨 있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7월 21일(수) 오후 2시 대백프라자 프라임홀(대구시 중구 명덕로 333)에서 열린다.

◆논픽션 심사평…짜고 쓴 맛 맛본 진실한 고백에 가슴 두근거려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심사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문장력과 구성력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인생의 짜고 쓴 맛을 다 맛본 진실한 고백이 강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꿈꾸는 숲'은 서울의 한 근린생태공원을 소재로 한 관찰과 감상을 승화시킨 작품이다. 살아온 동네의 30년 추억으로 채색된 근린공원의 고유한 장소감과 그 장소감을 훼손하는 사회적 과정들을 묘사한 점이 좋았으나 다소 산만했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논픽션의 장점이 분명하고 이야기의 실감이 살아 있는 작품이었다. 세탁, 청소, 주방, 보육, 요양 보호사, 장애인 돌봄이를 전전하는 과정에서 독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감상주의를 완전히 절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버즘나무 댁'은 흉한 외모를 가졌던 팔촌 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 회한의 일생을 회고한 글이다. 언니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면서 쓰라린 생애의 진실을 담았다. 소재에 비해 이야기가 작아진 소품성이 아쉬웠다.
'코로나19와 마주치기'는 팬데믹의 비대면 상황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노년 남성의 좌충우돌을 유머와 위트로 그린 작품이다. 자기를 희화화하는 솜씨가 노련하고 재미있지만 에피소드들이 너무 사사화되어 보편적인 감동이 약했다.
'88올림픽과 나'는 88올림픽 경기장 육상 트랙 국산화의 주역이었던 이의 논픽션으로 사료적 가치가 높고 주제의식이 훌륭했다. 겸손하고 조용하게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만들어온 서민의 따뜻한 가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분이'는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슬프고 억척스런 일생을 회고하는 며느리의 회고담이다. 고부의 인연으로 만난 두 여인이 깊은 이해와 사랑에 도달하는 과정을 옛 시대 대구지역의 풍정을 배경으로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장에 담았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가족애를 소재로 한 시대에 대한 통찰과 공감을 보여준 점과 논픽션의 형식적 완결성을 갖춘 점을 높이 평가하여 '분이'를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나머지 작품들도 수준이 높고 흥미진진했음을 밝히면서 모든 응모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싶다.

◆ 시 심사평…'시니어'에 함축되어 있듯 세월에 숙성된 작품 많아
시는 메타포(metaphor, 은유)의 문학이다. 은유는 모든 창조적 사고와 생각의 도구다. 은유가 없다면 인간의 모든 예술과 학문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 쓰기는 '낯설게 하기'를 통해 일상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시인은 독자의 가슴을 적셔주면서 동시에 참신한 비유와 새로운 충격으로 우리의 잠자는 의식과 감각을 일깨워 준다.
매일 시니어문학상은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실험적 작품을 기대하지 않는다. 진한 감동과 깊은 울림,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가 세대를 초월하여 살아남는다. 우리는 응모작을 읽으며 '시니어'라는 말 속에 이미 함축되어 있듯이 세월과 더불어 숙성되고 발효된 경륜과 경험이 진실한 언어로 형상화된 작품을 찾으려고 했다. 올해는 우리의 기대를 넘어서는 수작이 많았다.
홍영수 씨의 '당신의 빈자리'는 '곁에 없어 더 사랑하게 되는 절절한 모순'을 여성의 섬세한 감성과 언어로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명희(필명 이희명) 씨의 '노인보호구역'은 몸 반쪽은(마비되어) 이미 겨울이 와 버린 노인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서체에 비유하는 독특한 발상으로 진한 감동을 준다.
김만옥 씨의 '말이 가는 길'은 '말'에 관한 오랜 성찰이 철학적 깊이와 함께 공감을 주었다. 박인숙 씨의 '만남'은 인간관계와 친밀감의 정도를 바느질에 비유한 수작이다. 피귀자 씨의 '두부를 말하다'는 자신의 삶을 두부에 이입하는 참신성이 돋보였다.
시조 부문에는 당선작을 뽑았지만, 확인 과정에서 응모 자격에 맞지 않아 제외했다. 총 800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수십 편은 당선작으로 뽑아도 무방할 정도로 좋은 시였다. 또 다른 기회에 빛을 볼 수 있으리라 믿으며 계속 정진하시길 빈다. 응모자 모든 분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필 심사평…심사 잊을 만큼 천태만상 사연, 탄탄한 짜임새·사유 깊이 매료
천태만상의 인생사가 펼쳐지는 응모작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심사라는 일을 잠시 잊을 지경이었다. 응모작의 탄탄한 짜임새와 사유의 깊이에 매료되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구어체를 그대로 쓰는 습관이 굳어져 주어가 혼동되는 경우가 많았고 목적어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흔했다. 기본기를 잘 갖추면 문장의 의미는 선명하게 전달된다.
1차 심사 후 매일시니어문학상에서 이미 수상한 분들의 작품은 당선에서 제외했다. 본 상은 함께 익어가는 인생을 응원하자는 의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주제가 잘 전달되고 의미화에서 우수한 작품이더라도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필의 구성 요소에 맞게 만들어낸 것 같은 응모작도 제외했다. 본 상은 역경을 견디고 한 걸음씩 내디뎌온 삶에 대한 공감이며 박수이기 때문이다.
이상렬 씨의 '은색 비늘 같은 강의 기억', 박노욱 씨의 '개구리 무름', 정연원 씨의 '귀명창', 김영순 씨의 '마지막 선물', 김춘기 씨의 '조팝꽃'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유려한 문체로 풀어놓은 '은색 비늘 같은 강의 기억'은 강처럼 휘감아 흐른다. 잠보 집안의 에피소드 그린 '개구리 무름'은 그 시절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재를 사용하여 어머니와 함께 재미있게 요리했다. '귀명창'은 고수의 풍모가 넘실대는 품격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선물'은 함께 출품한 다른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못해 망설였으나 감나무와 시어머니가 주신 금반지를 소담하게 연결시킨 진솔한 작품이라 당선작으로 골랐다. '조팝꽃'은 조팝꽃의 형상에서 나병 환자를 연상시켰다. 시대를 아우르는 의미와 함께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응모하신 분들에게는 격려를, 당선되신 분들에게는 축하를 보낸다. 매일시니어문학상은 시니어만 누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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