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아사리 정치판에 자격시험이라니

입력 2021-06-21 05:00:00 수정 2021-06-21 06:08:4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제21대 여의도에 입성한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역대급으로 낮다. 여·야 불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검증이 뒷전으로 밀려 벌어진 일이다. 그 결과는 개원 1년여 만에 '30대 0선, 제1야당 대표의 출현'과, 이에 허둥대는 여당의 모습에서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선거에서 소위 시스템 공천으로 압승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소속 의원들의 기소와 탈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자선거법상 기부행위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돼 탈당한 이상직 의원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의원은 55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위안부 성금 사용 등과 관련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역시 굳건히 당과 금배지를 지키고 있다. 이웃 정의당으로부터 호부견자(아버지는 호랑이, 아들은 개) 소리까지 들은 김홍걸 의원도 배지를 놓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 12명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 등을 권유받았지만 탈당계를 제출한 의원은 달랑 5명뿐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라고 다를 게 없다. 지난 총선을 자질 검증이 아닌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황교안 대표의 사천이란 비난 속에 치렀다. 이로 인해 마땅히 얻어야 할 의석까지 잃었으니 폭망은 예견된 결과였다. 야당의 힘은 정확한 팩트와 이론으로 무장한 논리를 앞세운 투쟁력에서 나온다. 특정 정치인과의 연고에만 의존해 여의도에 입성한 인물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을 산 박덕흠 의원이 탈당했고, 부친의 편법 증여 의혹을 산 전봉민 의원도 자진 탈당했다. 당직자에게 폭언·폭행 논란을 빚고 탈당했던 송언석 의원은 복당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또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고 있지만 뜬금없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가 매만 벌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정치인의 자질은 논란거리다.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우리는 다른 공무원들에게는 일반 시험, 사전 실무교육, 어려운 국가시험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정치가는 스스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될 수 있다"며 정치인 자질 검증 수단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막스 베버 역시 "정치인들에게 자질 규정이 없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며 못마땅해했다.

실제로 조폭이건 파렴치범이건 공천받고 당선만 되면 선량으로 대접받으며 온갖 신분상의 특전을 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 대한 검증은 내 편이냐 여부, 유력 정치인과 친분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야말로 아사리판이다. 이런 정치판이 그들을 위한 정치는 해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리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그런 정치판에 '공천 자격시험'을 들고나온 것은 신선한 시도다. 이를 사실상의 상시 공천심사 역할을 하도록 해 인재 영입 구조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드러냈다. 그의 정치 실험엔 여론도 호의적이다. 이 대표가 제안한 공직자 자격시험에 대해 물었더니 찬성 의견이 62.3%(알앤써치)까지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 같은 이는 이를 두고 '국민주권주의의 대원칙과 맞지 않다'며 딴죽을 걸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능력주의적 오만'이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물론 이 대표의 시도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판하는 그대들은 과연 낡고 부패한 정치판을 깨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학의 대가 데니스 웨이틀리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대표의 시도는 높이 평가해 마땅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