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19일 초등학교 동창인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감사원장 현직을 가지고 대선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감사원장이라는 위치를 발판 삼아 하겠다는 것"이라며 "자네 자신과 자네를 진정 아끼는 이들에게 슬픈 일 아니겠나"라고 했다.
조국백서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남산 초등 시절의 벗이, 훌륭한 인격을 가진 최재형을 아끼는 마음에' 쓴다면서 공개편지를 올렸다.
김 교수는 최 원장이 최근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입장을 달리해서 감사원장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가치를 훼손한 사람이 대선에 나가 국가 지도자로 나서겠다고 한다면 자네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보게 될까"라고 했다.
최 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온다'고 묻자 "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말하겠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 논란에 대해 '다양한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이게 뭘까?' 싶었다"며 "이런 답변이 재형이 자네 자신의 철학과 과연 맞는 것이었을까? 그간 살아온 삶과 어울리는 자세였을까? 그렇다면 내가 자네를 잘 못 본 거고 아니라면 자네에게 책임이 돌아가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엄격한 정치적 중립의 자리에 있어야 할 감사원장이 대선으로 직행한다면, 그간의 감사원장으로서 해온 일들은 당연히 의혹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걸었던 기대를 이런 식으로 저버리는 것에 대한 자기모순은 없을까"라고 했다.

김 교수는 감사원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고발한 것에 대해 "조 교육감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되는데 자네가 일조한 것을 보면서 내가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짐작은 할 수 있을까"라며 "칭찬받아야 하고 사회적 모범사례로 부각되어야 하는 조 교육감 조치를 자네는 순식간에 지탄의 대상처럼 만들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일세"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자네가 조 교육감에게 한 행위는 평생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살아온 한 지식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해직되었다 새 역할을 갖게 된 교사들의 삶에도 커다란 상처를 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네가 대선 출마용으로 진보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미리 준비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네"라며 "공수처는 촛불시민들이 검찰개혁을 목표로 어렵게 이룩한 성과인데 이런 결과를 보면서 너무나 당혹해하고 있다네"라고 했다.
그는 시편 1편 구절을 인용하면서 "식혜 위에 동동 뜬 밥풀같은 시류에 들뜨다가 잎이 시든 상수리나무가 되거나 바람에 흩날리는 겨처럼 되지는 않기를 바라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을 지낸 자가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게나"라며 "자신의 삶을 추락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명예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지 않은가? 좋게 보이던가?"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온유하고 겸손하게 기도하면 더욱 명예로운 길이 열릴걸세"라며 "일생을 통해 쌓아온 인격의 존엄함을 잘 지켜나가기를 비네. 자신과 가족들이 부질없고 하염없이 상처를 입게 될 늪으로 덥썩 걸어 들어가지 말고, 부디."라고 말하며 글을 맺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