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전쟁 영웅이라 하지말고 남은 삶 편히 살다 갈 수 있도록..." 박덕용 지회장

입력 2021-06-20 15:43:03

경북 칠곡군 6·25 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 박덕용(86) 지회장이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경북 칠곡군 6·25 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 박덕용(86) 지회장이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목숨을 걸고 전쟁을 치른 전우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편안히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세요."

지난 17일 경북 칠곡군 6·25 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에서 만난 박덕용(86) 지회장은 "말로만 영웅이라고 불러주는 것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나이가 됐다. 남은 전사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눈감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당부했다.

일본 강점기에 태어난 그는 해방 후 빨치산 등이 활개치면서, 혼돈과 약탈이 기승을 부리던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 한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낮에는 경찰들이 순찰을 하다보니 치안이 유지되지만 밤엔 무법천지였다. 옆집 사람이 하루아침에 반역자가 돼 있고, 먹을 것도 없는 시절, 집구석에 숨겨둔 조금남은 양식마저도 빼앗아 가는 시절이었다.

박 지회장은 1950년 9월, 17세의 나이로 군에 입대했다. 당시 6·25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음이 맞는 17명의 친구와 함께 했다. 어린 시절 그는 집에서 힘들게 사는 것보다 군대에 가면 밥을 준다고 하니 굶어죽지 않기위해 군에 자진 입대했다.

이후 그는 화랑부대로 불리는 제11 기동사단의 13연대 1대대 2중대 수색소대에 배치받았다. 그곳에서 그는 군번도 없이, 카빈총 한 자루와 민자 녹색 바지 등 장구류를 받았다. 그의 임무는 부대보다 앞서 걸으며 기습 공격하는 적군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명 총알받이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식사를 전달하기 위해 산에 오르던 중 기습 공격을 받아 앞서 가던 전우가 총에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전장의 이슬로 산화했다.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 피가 끊는 마음이 그의 가슴을 파고든다. 이후 2년간 지리산, 덕유산 지구 공비소탕 작전 등을 수행하다가 사단이 전방과 교체되면서 학도병들은 귀가하라는 귀향증을 발급해 고향으로 돌아와 학업에 복귀했다.

지난 17일 경북 칠곡군 6·25 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에서 만난 박덕용(86) 지회장이 지회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지난 17일 경북 칠곡군 6·25 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에서 만난 박덕용(86) 지회장이 지회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전쟁이 끝난 뒤 1957년 4월 17일 또다시 군에 입대해 처음으로 군번을 받았다. 그는 군번도 없이 누비던 전장에서의 서러움들을 한 번에 털어낸 그날을 정말 잊을 수 없다. 6·25전쟁 중 학도병으로 참전하다보니 사진도 기록도 없어 주변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만이 박 지회장을 기억하고 있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참전유공자회 발전과 육성을 위해 6·25 참전 명예 선양비 건립과 회원들의 복지 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한 각급 학교를 돌며 6·25 평화 수호 교육, 현충 시설 정화 활동 등 지역 사회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지만 박 지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모은 회비와 각종 시상금 등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회원을 위해 빈소에 대형 태극기와 조기를 게양하고, 조의금을 전달한다. 또한 지원금 300만 원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매일 보훈 대상을 수상하고 부상으로 받은 100만 원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칠곡군에 기탁했다.

박 지회장은 칠곡 보훈회관 건립, 회원 명예수당 인상 등 회원복지 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보내고 있는 전우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몇 남지 않은 유공자들 마저 갈 곳이 없다. 요양원에 가게 되더라도 부담이 없도록 조처를 해달라며 몸도 힘든데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전우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러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 비참하지 않도록 말로만 영웅이라고 부르지 말고 편안하게 눈 감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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