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때문에 제가 직접 딸을 죽였습니다" 포항 살인사건의 착잡한 사연

입력 2021-06-20 12:52:31 수정 2021-06-20 13:07:38

자료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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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딸을 살해한 70대 아버지가 재판을 받게 되면서 범행 동기가 드러났다. 범행 이유는 다름아닌 딸의 자식이자, 자신의 어린 손주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구속된 아버지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모두 "딸의 증세가 악화해 딸이 낳은 어린 손주의 앞날이 걱정돼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78)씨는 지난 4월 20일 대낮에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던 40대 딸을 살해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노끈으로 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마대에 담았다. 딸의 사체를 숨기는 데 어머니인 A씨의 부인도 일조했다.

노부부는 집 근처 야산에 딸의 시신을 묻기 위해 큰 구덩이를 팠지만, 딸의 사체를 옮기는 것이 버겁자 장의사를 불렀다. A씨 부부는 장의사에게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었다"며 매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의사는 "집에서 병으로 죽어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절차를 알려준 뒤 돌아갔다.

A씨는 장의사의 말대로 다음날 오전 8시쯤 112신고로 딸의 사망을 알리면서도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어있었다"며 범행을 숨겼다. 그러나 경찰은 목 졸린 흔적을 발견하고 A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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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딸의 증세가 점점 악화됐고 딸이 낳은 손주의 앞날이 걱정돼 살해했다"며 "나이가 많은 나와 아내가 먼저 죽으면 딸이 손주 인생에 해가 될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당시 A씨의 딸은 피해망상과 환청이나 환각, 행동이상 등을 보이는 병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3년 병 진단을 받고, 약 5년 전 자신의 아이와 함께 친정에 들어와 부모와 함께 산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과 전문의 등은 A씨가 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어려워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조현병 등 일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입원과 관련한 정신보건복지법이 개정, 환자 본인의 동의 여부가 중요해지면서 강제입원이 한층 까다로워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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