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감동적’이길 바라는 대구의 가을

입력 2021-06-23 16:39:31 수정 2021-06-24 06:14:54

2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 말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삼성 3루주자 이원석이 박해민이 볼넷을 끌어내며 밀어내기로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두성 체육부장
최두성 체육부장

대구를 연고로 한 두 프로 스포츠 구단 대구FC(축구)와 삼성라이온즈(야구)의 선전이 더없이 반가운 요즈음이다.

시민 구단 대구FC는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지원이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중 수입마저 큰 구멍이 나는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3일 현재 19경기를 치러 9승6무4패, 승점 33점으로 4위(K리그1)다. 2위 전북현대, 3위 수원삼성과 승점은 같으나 다득점에서 밀려 매겨진 순위이니 실질적으로 대구 앞에 있는 팀은 울산현대(승점 36점)뿐이다.

대구는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팀들도 올 시즌 이루지 못한 10경기 무패를 달성했다. 이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선수단에서부터 분출되고 있는 대구는 아시아클럽 챔피언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날아간 대구는 27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 예선 첫 경기를 갖는다. 내친김에 FA컵도 3년 만에 들어 올리고자 한다.

'대팍'(DGB대구은행파크)의 기운은 '라팍'(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로야구 40년 '터줏대감'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흑역사'를 끊어내려는 듯 올해는 기세가 등등하다. 순위표 상단에서 자리를 튼 게 제법 됐다. 대팍과 라팍은 팬들의 성원으로 매진 행진이다.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그 감동이 공유될 때는 빛이 난다. 그런 감동을 만드는 건 프로 구단의 소명이다.

2013년 4월 15일,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는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가해진 폭탄 테러(사망 3명, 부상 260여 명)로 보스턴 시민과 미국,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이자 테러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뛰었다.

테러 직후 보스턴 선수단은 원정길에 올랐으나 마음은 보스턴으로 향했다. 존 패럴 보스턴 감독은 "비극으로 인해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야구를 통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힘을 전달하고 싶다"며 결의를 다졌다.

2012년 동부 지구 최하위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보스턴은 테러 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보스턴은 그해 월드 시리즈까지 제패했다. 1991년 미네소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지구 최하위에서 이듬해 월드 시리즈를 우승한 팀이 됐다.

보스턴으로 돌아와 펜웨이파크에서 가진 첫 홈경기(4월 21일)에서 주장 데이비드 오티스는 관중 앞에서 "우리는 지금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레드삭스가 아니라 보스턴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 말이다"라고 했다. 그는 매 경기 이 말을 되뇌었다. 오티스의 그해 월드 시리즈 타율은 0.686이었다.

이 장면은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제치고 팬들이 뽑은 그해 메이저리그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선정됐다.

우승 후에도 보스턴 선수단은 테러의 아픔을 잊지 않았다. 수륙양용 자동차 25대에 탑승한 선수단은 펜웨이파크에서 마라톤대회 결승점인 보일스턴가까지 행진하며 마라톤대회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동시에 아픔을 이겨낸 시민들과 우승의 기쁨도 나눴다.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시민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스포츠는 힘이 된다. 지역 연고 두 구단이 코로나19로 힘든 싸움을 하는 시민을 위해 끝까지 선전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올해 가을만큼은 시민과 함께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며, 힘들게 보낸 시간을 격려하며, 희망으로 채울 내일을 응원하며 '대팍'과 '라팍'에서 "우리는 대구다" 크게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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