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은 올해 다티스트(DArtist) 원로부문에 뽑힌 차계남(68) 작가의 개인전을 미술관 2, 3전시실에서 갖고 있다.
차계남의 작업에서 일관된 특징은 '소재'와 '색'. 그녀는 1984년 일본 교토 소재 갤러리 마로니에에서 첫 초대전 이후 모두 38회의 개인전과 167회의 그룹전에 참여한 원로작가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염색 기법을 연구하며 타피스리(Tapisserie·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에 관심을 가졌으나 이후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천연 섬유 '사이잘 마'를 발견하고 이를 섬유조형물에 응용해왔다.
1992년 오사카 국제 조각트리엔날레에서 은상을 받으면서 섬유도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차계남은 2000년대 들어서며 평면 속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방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차계남은 한지에 붓글씨를 쓰고 1cm폭으로 자른 후 한 가닥씩 꼬아 노끈처럼 만든 '실'을 평면에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법을 구축했다. 이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공을 들여야 완성되는 기법으로, 질감과 부피, 촉감에 있어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평면부조'로 탄생했다.
'평면부조' 작업에 대해 작가는 "나 스스로 그리기에 대한 욕구를 통제하고 무심(無心)의 상태에 들어가 수행적인 행위 자체에 집중한 것"이라고 했다.
차계남 작업에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색', 그것도 '검은색'이다. 인위적인 염색이 아닌 먹으로 쓴 붓글씨에 의해 태어난 작품 속 검은색은 작가의 예술세계에서 숙명적 동반자이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의 상징이다.
그녀에게 검은색은 모든 색을 포용하면서 모든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심연의 색으로 이번에 출품된 작품 곳곳에 자리해 관람자에게 격조 높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차계남은 이번 전시에서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을 6개 구획으로 나눠 204개의 개별 작품으로 구성된 미발표 평면작품 30점과 입체작품 3점 등 모두 33점을 공개했다. 특히 명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흑과 백의 평면작품은 2, 3전시실에, 사이잘 마를 주재료로 한 대형 입체작품은 선큰가든에 배치해 그녀의 온전한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대형 평면작품들을 감상할 팁은 우선 먼 거리에서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조망하고, 점차 작품 가까이에 다가가면서 촘촘히 교차된 실들에 의해 탄생한 무수한 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오랜 시간 공들인 작품 속에 중첩된 시간성과 마주하는 것이다.
별도 마련된 프로젝션 룸에서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차계남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영상이 상영되며 전시실 외부 벽면에는 그동안 발표해온 주요 작품을 대형 모니터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26일(일)까지. 053)803-7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