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광역환승제 도입 앞서 업계 자생력 키워야

입력 2021-06-15 16:47:33 수정 2021-06-15 18:52:58

박상구 사회부 기자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 중인 대구경북 광역환승제에 업계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동대구역 버스정류장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 중인 대구경북 광역환승제에 업계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동대구역 버스정류장 모습. 매일신문 DB

박상구 사회부 기자
박상구 사회부 기자

주말이면 집에 자가용을 둔 채 시내버스를 종종 이용한다. 버스 안에서 도심과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일이 꽤 재밌어서다.

버스정류장 풍경은 10여 년 전과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며 선 승객들 수가 줄었고 혹시나 빈자리가 모자랄까 싶어 버스에 먼저 타려는 승객들 간 눈치 싸움도 보기 힘들어졌다. 시내버스 승객 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간선노선 기준 지난해 이용 승객은 1억2천274만349명으로 전년 대비 42.8% 줄었다. 2015년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다.

승객 감소를 겪고 있는 대구 시내버스 업계의 최근 화두는 광역환승제다. 대구시는 경상북도와 2023년 말을 목표로 대구와 인접한 경북 8개 시·군(구미·칠곡·청도·고령·성주·김천) 시내버스와의 무료 환승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앞서 교통 분야가 시도민 생활과 가장 밀접하다는 것이 추진 이유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광역환승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검토 용역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하고 발주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업계는 광역환승제 도입이 대구 시내버스 업체들의 매출 감소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적잖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과거 대구도시철도 2호선 개통으로 승객이 많던 달구벌대로 노선 상당수가 다른 곳으로 대체되면서 한 차례 매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2016년 노선 개편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낮은 노선이 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환승으로 인한 매출 손실분을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승객 감소에 따른 매출 타격은 고스란히 업체 몫이다.

최근 대구시의 시내버스 정책에 대해 서운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취재차 만난 한 시내버스 업계 관계자는 2006년 2월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업계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다. 매출 손실분을 대구시로부터 지원받는 입장에서 강하게 업계 입장을 관철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그는 "2009년 경북 경산과 무료 환승을 실시하면서 가장 많은 수혜를 누린 곳은 대구 시내버스 업체가 아닌 경산 업체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이 생기면서 대구 시내버스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달구벌대로 구간에서 대거 빠졌는데 이곳을 경산 업체들이 장악했기 때문"이라며 "광역환승제가 도입되면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광역환승제가 도입되는 2023년 노선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조성돼 시내버스 노선이 많지 않은 대구 북구 연경지구나 달성군 신도시 지역의 노선 확충 가능성이 적잖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시내버스 증차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노선 개편은 시내버스 업계 매출 감소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과제를 생각하면 광역환승제 도입은 필연이다. 다만 대구 시내버스 업계가 일방적인 매출 타격을 입지 않도록 노선 개편이나 광역환승제 도입 과정에서 업계 상황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시내버스 환승 시스템은 합쳐지더라도 대구경북 업체가 속한 곳은 여전히 달라서다. 광역환승제 도입으로 대구 시내버스 업계 손실이 커질 경우 이로 인한 부담은 대구경북 시도민이 아닌 대구 시민만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 시내버스 업계가 '돈 먹는 하마' 신세에서 벗어나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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