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자신의 저서 '호모 노마드'에서 인류를 세 부류로 분류했다. 그는 첫 번째 부류로 망명자나 이주 노동자와 같은 비자발적인 노마드(Nomad), 두 번째는 농민, 공무원 등의 정착민, 그리고 세 번째 부류로 창의적 직업을 가진 자와 여행자 같은 자발적 노마드로 분류했다. 노마드는 한 곳에 오래 정주하지 않고 공간을 이동하며 사는 유목민이다. 아탈리는 우리 인류는 원래 노마드였는데, 노마디즘(Nomadism)을 포기하고 정주하기 시작하면서 부의 독점과 폐쇄성이라는 비극이 찾아왔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기독교의 근원적 메시지도 노마드 정신과 같이 폭력도 없고, 재산도 없이 약속의 땅인 영원한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데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여행에 대한 깊은 갈망에서 노마드의 흔적을 만난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MZ세대인 20·30대의 90%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하였다. 놀라운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자 여행사마다 해외여행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정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게는 7월부터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온 나라가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은 누구나 여행을 하고 싶은 욕망에 공감하고,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종종 다른 곳에서 쉼을 얻고, 다른 지역에서 영혼의 안식을 누리고, 이국적 정서에서 심미적 체험을 한다. 아름다운 건물과 자연을 감상하는 가운데 경이와 숭고함을 경험한다. 진정 여행은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이뿐인가.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고, 눈을 열어준다. 토마스 그레이(Thomas Gray)의 말처럼 여행은 "다른 어떤 논증의 도움이 없어도 무신론자에게 경외감을 일으켜 신앙으로 이끄는 장면들"을 만날 정도로 기이하다.
그래서 여행은 단순히 공간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여행은 '삶을 바꾸어주는 성스러운 중심을 향하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공간을 초월해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왜 21세기를 새로운 노마드의 시대라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 이곳에 깊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던 우리의 존재를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 아버지의 집을 떠나"(창세기12:1)라는 아브람에게 주는 하나님의 지혜와 같이.
과연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카프카의 소설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문에서 하인이 나를 멈추어 세우고는 물었다. "주인 나리, 어디로 가시나요?" "모른다"하고 나는 말했다.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그래야 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 "그러시다면 나리께서는 목적지를 아신다는 말씀인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여기-에서- 떠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야."' 그렇다. 진정한 여행은 집을 떠나지 않은 채 떠나는 데 있다.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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